[경제] 기본원리 10: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
이번 글이 경제학의 기본원리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번 글까지 읽고 나면 여러분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초 원리의 공부를 마친 것입니다. 이 다음 글은 먼저 경제학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해 경제학자 처럼 생각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서 쓰게될 예정입니다.
제가 스스로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이 블로그 카테고리를 시작했지만 의외로 읽는 독자들도 많으시고 저도 글을 쓰면서 한층 이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화폐환상과 필립스 곡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단기 상충관계 이해하기
현대 경제정책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물가안정과 고용 유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이 두 경제 지표의 관계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1958년 경제학자 필립스가 발견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는 이후 거시경제학의 핵심 원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폐환상과 노동시장의 역학관계
화폐환상이란 사람들이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명목가치와 실질가치를 혼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근로자들은 종종 자신의 임금을 실질가치가 아닌 명목가치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물가상승률이 5%일 때 3%의 명목임금 인상을 받은 근로자는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목임금이 올랐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화폐환상은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을 약간 올리는 것만으로도 실질임금을 낮출 수 있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생깁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의 단기 상충관계를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단기 상충관계
필립스 곡선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는 화폐환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생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생산을 늘립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고, 실업률은 감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장기적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로자들은 물가상승을 인지하고 실질임금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실업률은 다시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돌아가며, 인플레이션만 높아지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본 필립스 곡선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필립스 곡선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기존의 필립스 곡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급 충격이 있을 때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우려와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회복 과정에서는 또 다른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했지만, 실업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특수한 상황에서 필립스 곡선의 관계가 더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대 경제에서의 시사점
오늘날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를 인식하면서도, 장기적인 물가안정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화폐환상이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기대가 작동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경제의 경우, 높은 교육수준과 발달된 정보통신 인프라로 인해 화폐환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명목임금 경직성이 존재하고, 이는 노동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책적 함의와 미래 전망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는 화폐환상이라는 심리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되, 장기적인 경제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미래에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정보 접근성이 더욱 향상될 것입니다. 이는 화폐환상의 영향을 줄이고, 필립스 곡선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단기적인 명목임금 경직성이 존재하는 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는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으로 남을 것입니다.
경제정책의 성공은 이러한 복잡한 관계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해 균형점을 찾는 데 달려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재, 이러한 이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