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두고 휴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고 다양한 영역의 동영상과 책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한때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기에 우주 관련한 다큐멘터리는 늘 즐겨보는 장르다. 과거에 이따금씩 보던 신기한 영상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영상, 이해는 잘 못하지만 관련된 물리학 설명 등을 듣고 우주라 고하는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니 정말 하찮다. 내가 하는 그 무엇도 정말 하찮은 일이다.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도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잘못하면 허무주의에 빠질만한 위험스러운 심리현상이 발생한다.
당장 매일 먹고살기 위해 쫓기던 젊은 시절에는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이나 심리적 허무감이 파고들 여유가 없었다. 나이가 들고 소위 반쯤 퇴직한 시점이 되니 그런 것이 파고들 여지가 생겼다. 책을 보는 것도 의미 없어 보이고 어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것도 정말 하찮아 보인다. 그러다 작년에 한창 바쁘던 시절에 읽었던 팃낙한 스님의 반야심경의 '공즉시색 색즉시공' 구절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양자역학의 기본이론도 생각났고 최근에 어떤 책에서 읽은 '온생명 낱생명 보생명'이란 개념도 생각이 났다.
'공증시색 색즉시공' 즉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고 비워야 채워지고 채워야 비워진다. 죽는 것은 없어지는 게 아니고 원자단위로 해체되어 우주 속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는 것일 뿐이다. '양자역학' 정해진 것은 없고 관찰하는 동시에 에너지가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은 동일한 게 아니며 관찰자가 주관적인 변화만 인지할 뿐이다. '온생명 낱생명 보생명' 인간의 신체는 보생명이란 공기, 물, 대기 같은 보조요소 등이 없으면 즉시 죽을 수 있는 하찮은 낱생명이지만 낱생명과 보생명이 합쳐 서서 의식이 있고 대단한 일을 할 수도 있는 생명인 즉 실존하는 온생명이 된다. 그 온생명의 전체가 우주다. 그리고 온생명인 우주 또한 구성요소인 낱생명 인간이 있어야 의미가 있게 된다.
나의 생명 그리고 나의 일상은 하찮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주의 구성의 하나인 온생명이며 그래서 우주도 의미 있어지고 존재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것만으로도 우주와 연결되고 나의 삶은 충분하다. 그냥 평범한 일상, 내가 하려는 작은 일이 다시 소중해지고 의미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반백년을 다시 시작하는 첫날
- 2019.0702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