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5

[습작 수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책이 안 팔린다고 하고 책을 안 읽는 시대가 되었다고 많은 곳에서 얘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하루에 출판되는 서적이 200권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책의 홍수 시대이다. 전업작가나 집필가들이 쓰던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 쓰기를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실제로 한 권 정도 쓰는 사람은 그냥 두세 사람 건너면 있을 정도이다.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고 중학교시절 국어선생님의 피드백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그 이후 거의 30년간 글쓰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40대에 접어들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접한 지인의 블로그에서 자극을 받고 조악한 수준의 글을 쓰기 시작하여 5년 전에 책을 한 권쓰게 되었고 지금은 두 번째 책을 한창 쓰고 있다. 그리고 2~3권 정도의 다음책 콘셉트를 머릿속..

[습작 수필] 좋아하는, 어울리는

- 어울리는 계절, 좋아하는 계절 - 여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뭔가 나를 비롯한 주위가 전체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음을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여름이 가까워지면 남에게 보이기 위해 몸을 만들 나이가 훌쩍 넘었음에도 몸을 만들려는 마음은 여전히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서울의 9월은 온난화의 영향인지 십수 년 전부터 더워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매일 25~6도를 넘나들어 얇은 반팔티 하나로도 밤늦게까지 충분하다 스톡홀름에 돌아오니 벌써 낙엽이 한창인 깊숙한 가을이 느껴진다 공원을 걷는데도 두꺼운 긴 티가 필요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가을의 느낌을 가중시킨다 그녀와 같이 걸어도 을씨년스럽고 외로움이 밀려온다 기가 막히게도 나에게 어울리는 계절이다. ..

[습작 수필]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때로는 멋있는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원색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아주 오랜 기간 고민해 온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즉흥적으로 보인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무릎을 치며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여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 2019.0922 종마 -

[습작 수필] 성당의 종소리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식사 후 집안정리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근처 성당에서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창가로 스며든다. 스마트폰의 시계를 들여다보니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니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다. 디지털시계가 아날로그시계를 대체하면서 시계를 보고 몆 시를 가리키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시계가 대중화되기 이전인 19세기만 하더라도 성당의 종소리는 그 마을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시계를 가지고 있는 요즘시대에도 종소리가 계속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의 느낌도 있다. 기독교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어릴 적 우리 마을에서는 마을공회당이 그런 종을 치는 역할을 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상하게도 이미 잠을 깨고 식사도 하고..

[습작 수필] 창밖을 보다 문득

창밖의 풍경은 이국적 유럽인데 갑자기 어릴 적 고향마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살고 있는 스톡홀름 아파트는 130년 정도 된 작은 건물에 있는 아파트인데 내부만 고쳐서 산다. 거리의 대부분 건물들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거리는 그냥 수십 년 전의 이곳과 크게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뉴욕이나 서울 같은 현대식 대도시 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밤이나 새벽에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새벽잠이 깨서 갑자기 고요한 느낌에 창밖을 보다 시간이 뒤로 흘러간 느낌이 들었나 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늘 강릉의 본가에서 지냈다. 할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에 돌아가셨는데 이미 수년간 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