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의 세상에서 2:8의 세상으로
(두 가지 행동유형: 사고형 vs 행동형)
경제학의 파레토 최적에서 나온 8:2의 법칙은 마치 자연의 순리처럼 수십 년간 경제학, 경영학, 심지어 비율은 다를지 몰라도 자연과학계도 휩쓸고 다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신중한 사람을 높이 평가해 왔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에서 정착생활을 하다 보니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서로의 코드를 맞추고 이해하는 태도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목민들의 성향을 가진 민족은 그럴 필요가 없다. 먹을 게 있으면 먹으면 되고 잘게 있으면 자면 된다. 단지 광야에서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때로는 대박을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어쨌든 살아온 방식이 달랐을 것이고 그런 차이는 문화적, 행동학, 심리학 등 측면에서 심지어는 준 본능처럼 오랜 기간의 대물림을 통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것은 수많은 인문, 사회과학 글에서 나오는 흔한 얘기다. 즉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교육과 정책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해 보라고 해도 80프로의 신중함과 20프로의 모험적 행동력이 요구되었다.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행동형이기보다는 사고형, 계획형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별 준비 없이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을 생각이 없거나 섣부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현실에서는 행동을 하면서 잘 헤쳐나가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짧게 사고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행동에 옮기면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하고 계획만 할 때 하고 딴판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제 8 계획:2 행동에서 2 계획: 8 행동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 진짜 8:2 혹은 2:8인가? 본인 혹은 내부자만이 알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그럴 수 있다. 사실 내부적 고민은 5:5였을 수도 있다. 심지어 물리적 시간보다 심도가 깊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계획파가 분명하다.
외국인을 위한 젓가락 사용법을 짧은 커리큘럼으로 만들어보려고 머리와 ppt로만 해보는 것보다. 내가 직접 왼손젓가락질로 시도해 보니 훨씬 콘텐츠가 풍부해진다. 행동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 심리적 방법적 디테일이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 완전히 새로운 뜬금없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생각만 하던 어떤 것을 실천에 옮기게도 된다.
그러면 왜 뻔한 얘기에 무슨 파레토 최적이니 2:8이란 단어를 쓰냐고? 솔직히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기 위해서다. 왜 개인적인 결심을 공유하냐고 이건 나의 일기이기도 하고 공유함으로써 본능적으로 행동력이 약한 나에게 행동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족쇄다
- 2019.1121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