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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단편] 서머타임 새드니스

종마(宗唛) 2024. 10. 24. 08:58

3월의 마지막주 어느 날 아침 서머타임이 시작된 지도 몰랐다. 너무나 밝은 햇빛은 기주의 아침잠을 깨웠다.
어둡고 추운 북구의 겨울아침에게는 낯선 햇살이다.
직감적으로 늦잠을 잤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사람은 옆에 없었다. 지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씻는 둥 마는 둥 옷을 입고 출근길에 학교까지 태워주는 아이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쳤다. 아이는 왜 벌써 깨우냐며 불평이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침준비하던 집사람이 얘기한다. 서머타임이 시작됐다고...

서머타임이란 용어는 88 올림픽 때 처음 들었다. 뭔가 멋있어 보이고 선진국의 시스템 같았다. 직장에 취직해서 유럽시장을 담당했던 기주는 서머타임이 좋았다. 그들의 아침 9시가 우리 저녁 6시였던 것이 5시로 당겨졌다. 거래선과 일찍 업무를 시작하니 야근이 조금 당겨졌다.

출근길 자동차 안 라디오를 트니 기주의 20여 년 전 유럽유학시절에 즐겨 듣던 보이존의 'No matter what'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노래는 기주에게 오래 전의 서머타임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학생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디자인 스쿨에 다니던 여학생과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마침 약속한 토요일이 서머타임이 시작된 날이었다. 그녀는 기주보다 한 시간 먼저와 있었다. 손목의 아날로그시계를 조정하지 않았던 기주의 실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한두 번 더 만남이 있었지만 그들의 만남은 이어지지 않았다. 기주는 그 비난의 화살을 서머타임에게로 돌렸다. 그날 이후 서머타임은 좋지 않은 기억의 한 조각이다. 그녀와 헤어진 후 기숙사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들었던 노래가 'No matter  what'이었다.

-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