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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탐욕이 나를 좀 먹다

종마(宗唛) 2024. 10. 24. 09:05

- 탐욕이 다시 나를 좀먹다 -


오늘 우연히 읽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내던 정년을 앞두신 교수님 글이 제 뒤통수를 쳤습니다. 직장 그만두고 50을 넘기면서 뭔가 이제 조금씩 내려가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채 1년을 가지 못하고 스스로를 재촉하면서 지식욕, 물욕, 명예욕을 다시 채우려고 했나 봅니다.  제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완전히 비워져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은 마음을 두려워하고 채우기 시작하면 다시 그 탐욕이 저를 이내 좀먹는...

친구가 공유해 준 아래 박경리 선생님의 시에 딱 정반대가 요즘 저의 모습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시집 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中


비밀

사시사철 나는
할 말을 못 하여 몸살이 난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며
다만 절실한 것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 절실함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행복......
애정......
명예......
권력......
재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무엇일까
실상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바로 그것이
가장 절실한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 버리 속이 사막같이 텅 비어 버린다
사물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기도 하고
시간이
현기증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그게 다
이 세상에 태어난 비밀 때문이 아닐까


- 2020.0412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