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고택일기

[고택]고택일기를 쓰는 이유

종마(宗唛) 2021. 2. 19. 02:46

나는 14대 종손이다. 수년전부터 고향의 종택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의 일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현세대는 물론 후손들에게 가문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것 같았다. 나도 막상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때 우리집에는 어떤이야기가 있었으며 주요행사는 어떤것이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명시적으로 전달받지 않아서 혼란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어린시절부터 보고 겪은 것이 있지만 나의 경험은 일부분일 뿐이어서 부족한 것이 많았다.


그러다 2018년 초에 'People in Earth'라는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다큐PD를 만났다. 후배를 통해 약 2분정도의 미니다큐에 출연요청을 받았다.
(*People in Earth는 지구상에 있는 다양한 삶을사는 사람들을 개인당 몇분이네의 미니다큐를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하는 독립다큐이다. 프로듀서는 영국계 호주인과 결혼하여 사는 한국계 여성이다)

다큐제작자는 요즘 젊은여성들과는 다르게 한국의 종가, 족보 등을 상당히 가치있는 문화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한번 꼭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사실 종손으로 제대로 하는것도 없고 오히려 집안의 행사는 하나씩 간소화하고 있었기에 내가 그런걸 찍을 자격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의 설득과 제작자의 취지를 듣고나고 나서 이 조그만 다큐가 나의 개인적인 이슈와는 별도로 언젠가는 좋은 기록으로 의미가 있을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응하게되었다. 결과물은 2분이었지만 작업은 촬영만도 시간이 꽤 걸렸고 편집에는 더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2~3시간 촬영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기억이 머리와 가슴속에 소용돌이 쳤다. 집안, 부모님, 나 그리고 우리집에 대한 여러가지가 짧은시간에 압축적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생각만하던 우리집의 기록을 책으로 시작해보려는 불씨가 되어서 소재들을 먼저 만들고 하나씩 글을쓰게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기억, 감정 및 경험으로 작성하였기에 읽는 사람에따라 사실의 불명확성, 왜곡, 과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옛기억들은 나도 명확치 않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미나씨, 미나씨를 소개해주고 나를 설득해준 후배 우현 등도움을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현대화, 도시화라는 것이 모든것을 덮어쓰기전의 우리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졌던 현시대의 삶을 후손들 조금이라도 알게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9년 가을 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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