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깨비라는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꽤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오는 도깨비는 우리가 어릴적 듣고 동화책에서 보던 도깨비하고는 다른 모습과 이야기였다.
나의 진외갓댁(할머니의 친정) 아저씨중 한 분은 국어선생님이자 시인이셨다. 조병화 시인이 아끼는 제자이자 후배라고 들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셨지만 향토문화 연구도 하신분이었다. 특히 도깨비에 관한 정보 및 이야기를 오랜기간 다루셨다고 들었다. 매년 설날에 세배를 오시면 가끔씩 흥미로운 도깨비 얘기를 해주셨다. 아래글은 이미 수년전에 돌아가신 그분께 중학교 시절쯤에 들었던 단편적인 기억을 되살려서 쓰는 이야기이다.
도깨비 불
나의 고향집은 강릉시에서 수킬로 떨어진 곳인데 지금이야 도로가 놓이고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어릴적만해도 거의 40년전이었고 정말 산골이었다. 전기불이 없는 집도 있었고 있어도 집에 하나만 있고 작은방들은 호롱불을 켜던 집들도 많았다. 지금은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라 도깨비 같은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같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어른들조차 도깨비와 도깨비 불 이야기는 재밌는 이야기거리였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어느날인가 도깨비불의 실체에 대해서 논쟁이 붙었다. 우리집은 종가집이라 설날에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부쩍대었고 그날도 진외가 아저씨는 도깨비 이야기로 불을 지피셨다. 그날 제법 여러분의 어른들께서 각종의 보고들은 생생한 체험함담을 가지고 도깨비불의 실체를 주장하셨다. 어린 우리들은 그냥 듣는 것으로도 재밌기만 했다. 모두 도깨비불을 믿는쪽으로 기울었지만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인 한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분은 시인 아저씨의 동생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부식의 정도에 따라 인체에 남아있던 인 성분이 몸에서 나와 공기중에서 불빛을 내며 탄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도 마찬가지며 시체가 많이 모여있는 무덤 근처에서는 그런 경우가 흔하다고 실험의 증거까지 대시며 주장하는데 다들 반박을 못했다. 밀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시인아저씨는 다른 도깨비 이야기로 주의를 전환시켰다.
도깨비 무리들
지방의 도시들이 다 그랬지만 강릉도 시내중심부만 빼고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냥 시골이앴다. 특히 학교들은 살짝 도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강릉농업고교(현. 강릉중앙고교)에서 전개된 이야기이다. 그 학교 선생님 중에서도 향토문화 연구를 하시던 분이 계셨다. 도깨비도 연구 주제중의 하나였는데, 어느여름날 학교에서 오후 늦게 한 학생이 망원경으로 박월리 라는 강릉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산쪽을 보았는데 무언가 산속깊은 곳에 무리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도저히 사람의 무리들이 들어갈 곳이 아니었고 모습들이 이상하게 보여서 선생님께 혹시나하고 알렸는데 선생님이 보이시기에는 도깨비 무리로 판단하셨다. 그날 여러명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망원경으로 그 이상한 무리를 직접 관찰했다고 한다. 다만 망원경의 성능이 좋지 않아 명확하지 않은게 흠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냥 뭔가 작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찰자들은 그게 뭔지는 몰라도 도깨비 같은 생명체들로 보였다. 결국 직접 관찰조를 보내서 확인하기로 했다. 군용 무전기를 빌려서 서로 소통하면서 한 팀은 학교에서 망원경으로 도깨비들을 관찰하고 다른팀은 차량으로 이동 후 도깨비들이 있는 장소로 찾아가는 것이었다. 학교 관찰팀은 탐색팀에게 계속 장소와 방향을 지시하였다. 결국 탐색조가 망원경으로 보이는 그 위치까지 갔으나 도깨비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의 관찰팀은 여전히 그 장소의 탐색조 옆에 도깨비들이 보인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도깨비들은 2~3번 보였고 탐색조는 매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까지도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을것 같다. 사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이런 재밌는 도깨비 얘기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다.
그 시절의 도깨비 이야기가 그립다...
- 종마 2019.0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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