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식사 후 집안정리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근처 성당에서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창가로 스며든다. 스마트폰의 시계를 들여다보니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니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다. 디지털시계가 아날로그시계를 대체하면서 시계를 보고 몆 시를 가리키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시계가 대중화되기 이전인 19세기만 하더라도 성당의 종소리는 그 마을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시계를 가지고 있는 요즘시대에도 종소리가 계속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의 느낌도 있다. 기독교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어릴 적 우리 마을에서는 마을공회당이 그런 종을 치는 역할을 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상하게도 이미 잠을 깨고 식사도 하고 집안도 살짝 치웠는데 11시의 종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 뭔가 시작된다는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일요일이 시작되고 있다. 성당의 종소리는 여전히 그 본연의 기능을 하고 있나 보다. 성당이나 사찰의 종은 크기도 거대하고 공을 들여 만들기에 소리의 파장이 웅장하고 부드럽다. 때로는 굉장히 큰 소리임에도 소음이 아닌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같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파고든다.
알아채림 혹은 각성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늘 무의식적 상태에서 습관처럼 행하거나 느끼던 것이 새롭고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문득 오늘 성당의 종소리는 수백 년 전의 역사 속의 기록과 40년 전에 직접들은 기억 속 소리를 떠올리게 해주는 동시에 하루의 시작을 충만하게 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고요하다.
- 2019.0811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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