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습작단편

[습작 단편] 프로이트의 그녀 1

종마(宗唛) 2024. 10. 23. 04:19

존이 런던의 햄스테드로 옮긴 것은 막 30대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존은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로 종교역사학을 공부하려던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 기숙사의 관리자로 오게 되었다. 존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가톨릭에서는 비판적 시간으로 보고 있던 성직자 자치단체인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그룹의 한 명이었다. 그는 영특하면서도 독실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면 그는 사제의 길을 걸어야 했으나 그 자신은 사제로서 리더가 되기보다는 논란의 이슈가 되는 오푸스데이 수도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어서 구약성경의 '토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싶었다.

가톨릭이 경직된 것은 7세기 전후 토라의 해석에 이슈가 생기면서부터였다. 지저스가 주창했던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가톨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때 독재 스타일로 변하는 가톨릭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젊은 사제들이 모여서 집단생활이 시작된 것이 지금의 예수회와 같은 수도회의 시초가 되었다. 그 후 가톨릭은 세월이 흐르며 16세기때부터 다시 지저스가 주창했던 초기의 유연하고 보편적인 문화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은 종교개혁을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오푸스데이는 17세기초에 결성이 되었는데 그들의 모토는 과거 혹은 원리주의로의 회귀였다. 모임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사제가 아닌 일반 가톨릭 신도들을 사제와 같은 형태로 육성하였고 이들은 매우 고행에 가까운 방식으로 수행을 했고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보편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당시 바티칸은 이런 오푸스데이를 이단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오푸스데이는 20세기초 다시 정식 가톨릭 수도회로 인정받고 가톨릭 최초의 성직자 자치단체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많은 교도들과 바티칸의 주류는 오푸스데이를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존은 그래서 성경을 더 연구하여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고 싶었다.

사제가 아니어서 재정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존은 공부를 위한 시간과 연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런던의 햄스테드에 있는 가톨릭교육 기관이자 최대 규모인 기숙사인  햄스테드하우스에서 관리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존이 프로이트 막내이자 딸인 안나 프로이트를 만난 것은 운명적이라 할 수 있다.

안나는 존이 머무르던 햄스테드하우스 근처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년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프로이트 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1970년대 당시는 런던의 경제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많은 유산과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던 프로이트 하우스는 재정적 여유가 있던 편이었고 미니버스도 보유하고 있었다. 존이 관리자로 있던 기숙사에는 각국에서 런던으로 유학온 학생들이 많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하루는 주말에 런던근교의 공원 축구장에서 축구 겸 야유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방으로 버스를 빌리려고 했으나 당시 비싼 비용 및 너무 임박하여 결정된 터라 버스를 빌리기가 불가능했다. 마침 프로이트 박물관에 구경을 다녀왔던 한 기숙사의 학생이 프로이트 박물관에서 버스가 본 기억을 얘기하여 존은 그곳으로 버스를 빌리러 가게 되었다.

프로이트 하우스를 방문하여 존이 문을 두드리자 초로의 귀족풍의 여성이 나와서 존을 반겨주었다. 그리고 존에게 얘기를 들은 후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 들어가서 의논 후 버스를 빌려주고 심지어는 운전기사도 제공해 주었다. 처음에 존은 초로의 여인이 프로이트의 딸이라고 생각했으나 내부에 누군가 의사결정자가 있는 것이라고 보고 감사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초로의 여인이 집사이니 더 나이가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인사를 하러 가서 만난 여인은 존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젊은 여인인 안나 프로이트였다. 실제 안나프로이트는 존보다 10살 정도 연상인 나이 40의 이혼녀였다. 안나를 처음 본 순간 존은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존은 자신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 2019.1225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