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단편) 유대인과 족보
에이브는 지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알듯 모를듯한 이상한 힘에 이끌렸다. 그들은 종교과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처음 만났다. 에이브가 한국에 도착하고는 바로 담당교수와 인사하고 수업에 들어왔기에 미처 같은 연구실의 지현과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종교과학입문은 최근 인기가 많아서인지 공개수업으로 진행되어 박사과정 학생들은 물론 학부나 석사과정의 학생들도 많이 수강하고 있었다.
에이브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였고 그의 집안은 대대로 랍비였다. 그는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종교역사학을 전공했고 최근 과학이 종교의 성역을 하나씩 부수고 들어오고 있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차에 최근 한국의 성균관대에서 과학과 종교를 결합하는 새로운 연구의 시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기에 한국에서 박사과정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지현은 서울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를 전공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집안일로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 후 종교과학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처음 본 순간 지현이의 모습이 에이브에게는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첫 수업에 교수가 던진 질문은 너무 기본적인 것이었지만 지현이의 대답은 마치 앞으로 에이브가 연구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빛을 비추어주는 듯했다. 교수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과학과 종교의 차이는 무엇인가였다. 점수를 따려는 듯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교수는 답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비슷한 위치에 앉아있던 지현과 에이브쪽을 가리키며 생각을 얘기해 보라고 했고 사실은 수업의 유일한 외국인인 에이브를 가리켰는데 지현은 본인인 줄 알고 얘기를 했다. 지현의 발언은 간단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종교는 질문이고 과학은 답변이라고 했다. 그 둘은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파트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이브는 지현이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심장을 두들기는 느낌을 받았다.
To be continued.
- 2019.1204.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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