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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결혼 했냐고 묻지 않는 나라

종마(宗唛) 2024. 11. 14. 07:07

스웨덴의 삼보(Sambo) 제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라의 이야기


우리 나라도 최근 들어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특히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이런 동거 문화가 시스템적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것을 '삼보(Sambo)'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이 제도가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보려 한다.

삼보, 그냥 동거가 아니다

삼보는 스웨덴어로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sammanboende'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지금은 스웨덴 사회에서 결혼만큼이나 일반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실제로 스웨덴 커플들은 결혼을 하기 전에 보통 삼보 관계로 먼저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동거라고 하면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삼보를 하겠다는 말이 결혼하겠다는 말만큼 자연스럽다. 연인 관계에서 동거로, 동거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하나의 흐름처럼 여겨진다.

법적인 보호가 있어 안전하다

스웨덴의 삼보가 단순한 동거와 다른 점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함께 살던 집에 대한 권리나 공동으로 구입한 물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한쪽이 사망했을 때도 남은 사람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재산 문제도 비교적 명확하다. 함께 산 기간 동안 구입한 생활용품이나 가구는 공동 재산으로 인정받는다.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사실혼과는 다르다

얼핏 보면 한국의 사실혼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다르다. 한국의 사실혼은 '혼인의사'가 있어야 인정되지만, 스웨덴의 삼보는 단순히 함께 살겠다는 '동거의사'만 있으면 된다.

행정적인 절차도 간단하다. 한국은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스웨덴은 같은 주소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삼보 관계가 성립된다.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삼보로 지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삼보 생활은 어떨까

스톡홀름에 사는 마리아와 에릭은 3년째 삼보로 지내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결혼도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이렇게 삼보로 몇 년 지내다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과 스웨덴인 커플들도 있다. 처음에는 문화 차이 때문에 고민했지만, 오히려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가 많다. 양가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걱정했다가 나중에는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새로운 관계의 형태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정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스웨덴의 삼보 제도는 법적 보호와 자유로운 선택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나라가 스웨덴처럼 될 필요는 없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니까. 그래도 서로를 존중하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도, 서로가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웨덴의 삼보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