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자화상
지하철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에게 그의 눈길이 잠시 머물렀다. 은근해서 오히려 또렷한 시선이었다. 못 본 척하려다 결국 보고 말았다. 그가 이내 멋쩍은 듯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으로 눈을 옮기는 것까지.
그 황급한 회피가 나를 찔렀다. 더럽다고 느끼기 전에, 낯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서 한 장의 자화상을 보았다.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눈이 먼저 가버리고, 곧 부끄러워져 다른 데로 도망치는 눈. 미워할 수가 없었다. 미워하면 나를 미워하는 일이 될 테니.
고개를 들어 칸을 둘러보니, 시선은 그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맞은편 사람의 낡은 운동화를 오래 들여다보았고, 누군가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아이는 처음 보는 얼굴을 빤히, 부끄럼 없이 바라보았고, 졸음 든 아기를 한없이 쓸어보는 어떤 엄마의 눈도 거기 있었다. 같은 눈이 누구에게선 탐욕이 되고, 누구에게선 사랑이 되었다. 사람은 결국 무언가를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존재였다.
부끄러운 것은 본다는 사실이 아니라, 본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였다. 노인은 서둘러 눈을 거두었다. 그 작은 거둠이, 어쩌면 그를 짐승이 아니라 사람으로 남겼다. 나도 눈을 내렸다. 창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전 그 노인과 어딘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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