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영화화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있다. 읽어보지도 못했고, 영화도 홍보 영상만 봤을 뿐이다. 4~5년전 운전중에 라디오를 듣는데 진행자가 이 소설을 가볍게 소개했고 작가의 주제 상상력이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나쁜사람같은 치매환자의 살인에 대한 기억이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에서 시작하는 스토리...) 실제로 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이런 단순한 설정은 아닐거라는 상상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전 어릴때부터 알아온 동네 동생과 옛이야기를 하면서 둘의 옛기억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정말 그때도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재구성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면 동생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인데 당연히 현재 기억나는 생각과 감정을 느끼기에는 어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나도 그 당시 주변사람들 감정이나 생각을 고려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은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현재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때의 기억에 영향을 주었을지는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냥 내 입장에서 추론해 볼 뿐이다.
사소한 일상적인 사건들은 중요하지 않아서 기억이 흔들리거나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중요한 사건들은 어떠할까? 아무래도 중요한 사건은 좀더 기억의 잔재가 강해서 더 기억이 명확할까? 사건은 누구의 입장에서 보냐에 따라 해석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특히 옛사건의 기억은 내용도 달라지나 보다. 당시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과 두뇌에 따라 정보처리가 다르게 되었을 것이다. 하물며 직접 같이 보았거나 겪은 사건이나 상황도 그러한대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내용은 더욱 그럴것이다.
특히 최근에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기억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얘기하는 과학자도 많다. 기억이란 두뇌의 셀속에 기록되는 정보인데 세포간의 뉴런이 서로 반응하면서 충분히 다른 기억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해석은 개인의 의도적인 기억왜곡에 면죄부를 줄 위험이 있다. 어떻게보면 스토리나 상황적 문맥이 중요할 수 있다. 사소한 팩트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상황적 컨택스트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사소한 이 기억의 차이가 유불리나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단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런 기억의 왜곡을 상당 수 보정할 수 있게 되었다(동시 이는 개인정보의 과다한 노출이라는 위험 또한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순간적으로 기억에 혼란이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오래된 기억이나 본인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그렇다. 하지만 몇번이고 되새기고 당시에 관여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당히 사실과 근접하게 보정이 되는 편이다. 뇌와 관련된 질병이 아닌한 기억이 다르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을 회피하거나 왜곡하고 싶은 핑계일 뿐이다.
- 종마 2018.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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