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고교시절에나 던져 봄직한 질문이다. 사추기가 다시와서 즉 인생을 한바퀴 돌고나니 다시 이런 치기어린 질문이 떠올랐나 보다.
고교때 수학을 잘하던 친구가 있었다. 기본적인 미적분조차 헤매고 있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피타고라스 증명이며 당시에도 수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수학 난제들을 스스로 도전해보던 내가 보기에는 수학쪽에서는 천재끼가 좀 있던 친구였다. 우리둘의 관계는 최소한 나의 입장에서는 들쑥날쑥했는데 한때는 매우 친밀하게 느끼기도 했다가 어떨때는 뭔가 좀 소원해진 것 같기도 하는 상태가 반복되고는 하였다. 더구나 사회진출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심지어 사는 나라도 오랜기간 달랐기에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수년만에 친구와 다시 연결이 되어 함께 13주에 걸쳐 '이기적 유전자'를 비교적 자세히 읽으면서 관련분야도 공부하였는데 마지막에 수학은 발견일까 발명일까?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면서 우리의 공부는 일단 끝이났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떠돌면서 생각난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대물리학은 고전역학을 넘어 양자역학이 태동하며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oo역학 이론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에서 양자역학이 가장 물리학의 최종에 가깝다고 가정한다면 원래 우주는 양자역학의 원리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인간이 초기단계의 고전역학 이해를 거쳐서 이제 겨우 양자역학을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양자역학이라는 것을 스스로 발명했기에 우주라는 개념자체를 새롭게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전역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물리적 현상이 있기에 이를 설명하려다 보니 양자역학이 태동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면 원래 우주는 양자역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보자. '바이오센트리즘'이란 책에서는 소리라는 것을 파동을 인간이 청각기관을 통해 인식하여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면 파동은 있었을 지언정 우리가 느끼는 소리는 청각기관이 없었다면 아예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소리에서 발전한 음악은 어떠한가? 발견이라고 하기에는 인간이 발전시킨 음악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그러면 파동은 원래부터 있는 원리이니 발견이고 음악은 발명이라고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음악은 소리에서 계속 오랜기간을 거쳐서 진화한 형태인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넘어 '확장된 표현형'에서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는 과학기술, 경제학, 정치학 등이 인류이전의 자연계의 동식물계에서 이미 그 현상이 상당부분 발견되고 있고 유사성이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다위니안인 도킨스의 성향을 볼때 그렇게 보려고 해서 보아졌을 수도 있다. 케빈켈리는 '기술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테크늄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과학기술의 원리가 그 자체로 생명의 최상단인 '계문강목과속종'의 제6계에 하나를 더해 제7계로 정의하고 있고, 과학기술이 스스로 생명처럼 자기조직화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진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수학으로만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음수양수의 개념을 밤낮의 자연현상의 관찰을 통해서 생각해 냈다고 유추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단순히 수학적인 음수양수는 인간이 생각해 냈지만 그 개념을 자연에서 찾았기에 원래 음양의 원리는 원래 있었던 것인가?
두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사람은 대학교때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친구인데 멘사에 가입된 천재이다. 그 친구는 보통사람의 일상생활과는 좀 다른 패턴으로 살고 있기는 하지만 늘 느끼지만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이 친구도 이 질문을 던졌을때는 잠시 머뭇거렸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요즘 양자역학을 깊숙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며 자기생각에는 발명이라고 확신한다고 한다. 통화 시간상 더 깊숙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지적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이런 종교, 원리 같은 것은 머릿속에 담고있지 않는 친구이다. 그는 현실생활에서는 즉 세속적인 삶에서는 매우 성공한 친구이고 현실생활에서 그 친구의 문제해결 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 친구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머리아픈 질문 하지말라고 하면서 원래 수학같은 원리는 있는 것 같고 인간이 발견해 가는 것이라고 하며 대신 건물, 음악, 물건 등 문명의 이기들은 발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두 친구다 즉흥적인 답변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두 친구의 그간의 살아온 흔적을 볼때 답변은 즉흥적일지 몰라도 그 의견은 오랜기간의 사고가 두뇌와 몸에 베어 축적되어 나온 답변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주의 원리는 있고, 이것을 사피엔스가 사피엔스만의 방식인 수학이나 물리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우주의 원리는 발견이고 물리학이나 수학은 발명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즉, 발견이라는 테두리안에 있는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생각은 수학은 발명쪽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다. 우주는 아무것도 없기도 하고 무한대로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색즉시공공즉시색'의 상태이지만 거기에다 그려가고 만들고 디자인하고 수학적 공식이나 패턴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원래 그런것이 있었던 발견이 아니고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다중우주론에서 보면 하나의 우주는 다른 우주와는 전혀 다른 원리도 만들어져 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지않은 것은 알수가 없기에 나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그대로의 상태일 수도 있고 즉 아예 존재하지 않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어떤 우주는 아직도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무한대로 발전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시작도 끝도 없고, 한계도 없고, 미리 절대적 조물주나 원리 같은게 설계해 놓은 것도 없는 것이다.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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