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습작단편

[습작] 꿈

종마(宗唛) 2021. 4. 14. 05:40

A는 택배원이다. 복잡한 집안일로 십여년 동안 매일 밤 잠을 못자고 때로는 나쁜 꿈에 시달리다 겨우 지난 2~3년전부터 괜찮아 졌는데 최근에 다시 그런 악몽이 재발하고 있다. 자면서도 머리가 복잡해 수면의 질도 나빠서 여러가지 건강지수들이 나빠지고 있다. 그로인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생겼고 나쁜 취침 자세로 피가 안통해 가위도 눌리고는 한다. 운전중에도 졸음이 미칠듯이 몰려온다. 이러다가는 택배차 운전을하다 사고가 날것 같다.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B는 수학교사이다. 중고교 시절에는 수학을 지독히도 못했다. 그러던 고등학교 어느날 꿈에서 고민하던 기초수준의 미적분을 풀게되었다 그 이후로 수학 성적이 꾸준히 오르고 대학도 수학교육과를 가서 드디어 수학교사까지 되었다. 요즘 다시 꿈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풀고 있다.

C는 은퇴한 공무원이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가끔 기분좋은 몽정을 한다. 꿈속에서 여러 명의 파트너가 등장한다. 평상시 마음에 두었던 누군가도 있고, 영화배우나 전혀모르는 파트너가 등장하기도 한다. 가끔 몽정은 중고등학교때나 하는건데 부인도 있고 나이도 많은데 아직도 몽정을 하는 것에 좀 챙피하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되었으면 한다.

D는 회사원이다.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셔서 세가지 숫자를 얘기하셨다. 그 이후 로또 복권에 관심이 생겨서 운구차의 번호나 특이한 숫자와 연관되는 일이 생기면 그 번호를 적어놓았다가 복권을 산다. 아버지가 주신 숫자 덕에 제법 높은 순위의 복권이 당첨되었다. 생전에 아버지께 가졌던 몇 가지 묵은 감정이 연민으로 바뀌었다. 이번 연휴에는 아버지 산소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E는 예술가다. 글도 쓰고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자다가 무언가 꿈속에서 떠오르면 잠이깨고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작업을 한다. 그러다보면 새벽이 온다. 젊을적에는 직장에 다녔는데 그때는 수면부족으로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라 좀 나은편이다. 그녀에게는 꿈이 컨텐츠의 모티브이다. 그녀는 매일 밤 꿈을 꾸고 싶어한다.

F는 드라마 작가이다. 꿈에서 귀신을 본다. 왜 자꾸 보이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살던집에서도 그랬고 어디 여행지에 가서도 그렇다. 어릴적에 전설의고향을 많이보고 공포영화도 즐겨봐서 그런가보다 생각해 본적도 있다. 한때 무속인의 피가 흐르지 않나 고민해본적도 있다. 귀신은 무섭지 않은데 작두는 겁난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꿈에서 본 귀신이 가끔 보이고는 한다. 도깨비 라는 각본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