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배경화면

종마(宗唛) 2021. 4. 30. 03:31

오랜만에 40년 가까이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50줄을 넘어서니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동반된다. 화려한 술집, 고급 식당 이런곳 보다 시장골목 안쪽의 숨겨진 따뜻한 골방이 있는 맛집이 점점 더 좋아진다.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은 항상 재밌는 얘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들어섰거나 직장에서 소위 임원의 자리를 꿰찬 1~2명의 친구들 빼고는 다들 이제 본인 인생의 화려한시절?이 저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느덧 20여년을 다닌 직장에서는 꼰대 취급을 받은지 오래되었고,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다니는 거리를 다니기에는 어색한 나이가 된지도 꽤 되었다.

직장 뒷담화, 취미생활, 아이들 교육 이런 얘기들이 오가다가 역시 남자들이란 50이 넘어서도 자기가 아직도 젊은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매력적일 수 있을까 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자기를 돌아보면 주름진 얼굴, 불룩나온 허리,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감각, 그리고 멋짐보다는 편암함을 찾는 스스로를 알지만, 마음의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그러한 '리비도'가 숨어 있다.

그러다 한 친구를 통해 30여년째 변신을 거듭하며 젊은이들의 거리로 위상을 지키고 있는 홍대근처를 가보았던 얘기가 튀어나왔다. 나는 괜찮은 레코드 가게나 특색있는 서점들이 있다고 하여 가보고 싶기는 하였으나 개인적으로 홍대근처를 가본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말을 꺼냈던 친구는 홍대에 갔더니 젊은 여성들에 눈길은 가지만 본인과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그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근처의 가까운 술집에 빨리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20대의 대학생 딸을 가지고 있던 한 친구가 딸이 아빠에게 이야기 하기를 자기들은 아빠 나이의 사람들을 보면 자기들의 세대, 그리고 그 거리에서 같이 교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종의 배경화면 같은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이다. 즉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간혹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아도 그냥 기분나쁜 나무가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배경화면이라도 아직 화면에 등장하고 있음을 감사히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지 모른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듦을 아쉬워 말고 어떻게 멋진 배경화면이 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 종마 2019.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