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모임(한국 IMC 연구회)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대면모임이 어려워진 상태라 월1회 하던 세미나를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매달 주제가 바뀌는 턱에 재미가 있는데, 최근에 했던 주제들을 보면 'LG생활건강의 지속적인 도약의 배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교육', '소니의 흥망성사', '홍보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의 비결' 및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현황' 등이 있었다.
바로 직전 주제가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현황'이었는데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전문가의 다양한 얘기에 우리가 겉으로만 알던 또 모르던 예술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얘기 중 이번에 집중해서 부각된 얘기는 크게 두가지 주제였다. 첫번째는 비대면 시대의 예술인의 활동방법(온라인 공연, 메타버스, NFT 등) 이었고, 두번째는 예술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 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공연과 집객이 불가능해진 요즘 많은 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가끔 유명 연예인들도 힘들다는 상황이 언론에 회자될 정도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예술인들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클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의 일부 대중 연예인들은 슈퍼리치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지 꽤 되었지만, 그 뒤에 보이지않은 수많은 예술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힘든 삶을 계속 살아 온 것으로 보인다. 시계를 몇 백년만 뒤로 돌려봐도 중세시대 피렌체의 많은 예술인들도 메디치 가문의 후원 여부에 따라 그들의 경제적 삶이 좌우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도 많은 예술인들에게 메세나를 비롯한 기업의 후원이 도움이 되고는 한다. 최근에 어떤 기업인의 엄청난 예술품의 사후 기부가 사회의 한쪽에서는 칭찬으로 사회의 한쪽에서는 냉소적인 비난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세상은 아이러니 할 뿐이다.
예술경영가는 예술인들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얘기하고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개선이 될 수 있을지 세미나에 참여한 멤버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생존을 유지해 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뻔한 조언을 했다. 예술경영분야에도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수익모델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정부나 기업의 후원만으로는 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지속 가능성이 점점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순수예술보다는 대중예술 분야에 국한되긴 하겠지만 이미 기획사들에 의해 경제성이 있는 것은 그것을 확보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경제적 가치가 적은 것들인가? 대학교수 한 분이 툭 한마디를 던지셨다 '안해본게 없죠?' 라는 말을 하셨다. 예술경영가는 사실 그렇다고 했다. 20여년 넘게 기업에 다녔지만 연구소같은 뻔한 조언을 하는 나와 20여년을 대학에서 연구했지만 현장의 센스를 가지고 있는 분의 차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블로그 공간에 글을 쓰고 있는 고향친구의 오쇼 라즈니쉬의 글이 생각났다. 한때 종교에 심취한 적도 있었고, 대략 10대나 20대 시절부터 그 친구와 오쇼 라즈니쉬에 대한 얘기를 나눈 기억이 희미하게 있었는데 사실 그 이후로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린 사항이었다. 그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본인의 블로그에 라즈니쉬의 이야기에 대해 정리한것이 있다고 하여 갑지가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다. 아래는 친구가 블로그에 남겨놓은 오쇼 라즈니쉬에 대한 이야기이다 후기도 여러편에 걸쳐서 좀더 심도있게 작성되었고, 후기 이전에는 넷플릭스의 감상 후기에 관한 글도 있다.
https://psean21c.tistory.com/81
오쇼 라즈니쉬는 영적 지도자로서 분명히 남다른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초기의 작은 집단 모임에서는 그런 영적인 능력과 함께 기부 및 작은 경제성만으로도 유지가 될 수 있기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오고 오레곤주에 자리를 잡고나서 규모가 커지면서, 즉 종교가 세속화되면서, 조직관리와 경제관리라는 이슈에 부딪히게되고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며 종국에는 붕괴되고 말았다. 신과 사제의 관계라고 할만큼 독실했던 제자와의 관계도 다른 평범한 인간사회에서의 관계만큼 악화되었던 상황은 아이러니할 뿐이다.
결국은 라즈니쉬의 종교 집단도 규모를 키우면서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매니지먼트와 경제관리의 실패로 무너진 내용, 즉 경제적 관점의 이슈를 짚어낸 친구의 글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가 있는 부분이었다.
다시 예술과 경제성 이야기로 되돌아 오면, 최근 대중예술은 기업형 매니지먼트회사가 등장하면서 경제적 관점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순수 예술세계에서는 돈을 쫓는 예술은 더이상 예술이 아니라는 시각도 강한 듯 하다. 이 둘간의 갈등은 인류의 역사상 수백년이상 지속 되었으니 풀기 어려운 숙제는 맞는듯 하다. 어쨌든 디지털기술과 비대면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예술인들의 예술활동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경제성을 창출하는데도 또 다른 변화가 요구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타버스와 NFT로 촉박된 디지털화는 냉온탕을 오가겠지만 그 불씨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발하라리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볼때 AI 로봇시대에 일이 없으면서도 인간이 살아가는 보람을 문화예술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역사속에게 그리고 현재의 삶속에서 문학작품속에서 그리고 영화속에서도 돈과 예술의 양립이 어려운 상황을 자주 보아왔다. 일종의 욕망이 문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인간은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욕망을 관리하지 못하고 여전히 싸우는 것과 같은 컨텍스트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과 경제성 또한 서로 뗄수 없는 사항이다. 서로를 부정적으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로 바라보면 좀더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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