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살이 된 아이가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다. 아이도 처음에는 달콤한 커피믹스를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들하고 카페에서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라떼를 맛보고 오더니 집에와서도 이제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드립 원두커피에 우유를 타서 마신다.
필자가 20대 중반일때 까지만 어렸을적에는 소위 다방커피라고 하는 요즘의 믹스같은 커피만 마셨고, 자판기에서 블랙이라고 하는 것도 프림을 뺀 설탕만 넣은 커피정도 였다. 복학을 하니 서서히 종로, 강변역 인근의 카페에서 벌써 거의 25년 전인데도 카푸치노나 라떼를 5~6천원의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취업을 하고서도 소개팅을 하거나 모임이 있을때나 가던 장소였다.
약 20년전 고향에 내려갔더니 아버지는 여전히 다방에 가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냐고 여쭤보았다. 이미 스타벅스 등 비싼 커피가 일상화된 나는 아무리 다방커피라도 2천원 정도는 하지 않을까 했다. 아버지는 친구분들과 통상 한 잔에 천2백원에 커피 한잔을 드신다고 하셨다. 심지어 자주가는 단골가게는 한 잔에 9백원이라고 하셨다. 물론 요즘은 원두커피도 1천원 짜리도 많아졌다. 그래도 그때는 문득 아버지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아이가 갓 내린 드립커피에 우유를 타기 전에 블랙으로 마셔보겠다고 한다. 맛을 보더니 쓰기만 하고 무슨 맛으로 먹냐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지 말고 입안에 머금고 있어 보라고 했다. 그러면 그냥 쓴 맛만이 아닌 커피에서 나오는 다른 일종의 flavour(풍미)를 즉 카라멜 향이나 살짝 꽃향기 같은 것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한번 해보더니 아이가 살짝 다른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 영화에서 와인을 마실때 입안에 머금고 후루루 하는 모습들을 보지않았냐고 했다. 그랬더니 기억이 난다고 했다.
사실 커피나 와인뿐만 아니라 가공품이 아닌 자연 식재료로 만든 좋은 먹거리들은 맛이아니라 풍미(flavour)로 느껴보면 좋다. 그리고 혀로만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연결된 구강전체로 느껴보면 조금은 다르다. 커피나 와인의 경우 입안에 머금는 것 만으로도 그냥 마실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향기, 그리고 심지어 혀의 곳곳에 느껴지는 여러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냥 입에 넣자마자 겨우 혀의 한두곳으로 빠르게 느끼고 삼키지말고 천천히 먹어보면 향기와 혀의 여러공간에서 느껴지는 맛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위의 사진만 보아도 커피느낌의 사진과 와인느낌의 사진에서 벌써 다른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가?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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