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습작단편 25

[습작] 개꿈(김일병과 JJ마호니스)

1980년대 말 당시 김일병은 22세의 나이었고 춘천의 한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일병은 지방(대구) 출신에다 숫기도 없어서 입대 전 대학 때도 디스코텍도 거의 안 가본 숙맥이었다. 하루는 같은 부대에서 민간인 군무원으로 일하던 30대 아저씨가 부르더니 김일병 너는 서울에서 명문대 경영학과를 다녔으니 JJ마호니스 가봤지 하면서 자기가 지난주에 가서 토요일 밤에 놀았던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야말로 20대 초반의 군인에게는 거의 마약 같은 자극이었다. 김일병은 숙맥이긴 했으나 명문대생답게 똑똑했고 영어도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기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상당이 있어 보였다. JJ마호니스라고는 들어보지도 못한 김일병은 자기는 고시 준비에 전념하느라 공부만 했다는 핑계를 대었다. 당시 ..

[습작] 세 친구와 흰색 옷의 여인?(Woman in white)

세 친구는 대학동기이다. 요즘은 서로 바쁜나머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데 각자의 생활 환경이 다르다 보니 만나면 할 얘기가 많다. 그 중 한 친구는 오디오와 자전거 조립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제는 자기가 직접 세팅한 자전거들을 원가보다 꽤 높은 가격에 받고 판다고도 한다. 취미생활도 하면서 돈도 벌다니 부럽기만 하다. 한 친구는 프리랜서를 한지 오래되었는데 뭔가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가장 부유한 귀공자 같았는데 세상이 변하다보니 친구의 이미지도 다소 변했나 보다. 나머지 한 명은 원래 늘 평범하다. 뭔가 오늘따라 더 평범하고 밋밋해 보인다. 그래도 세 친구는 30년이란 시간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다 거의 20년전 선배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가던 길에서 지나치듯이 본듯한 흰색 ..

[습작] 화무십일홍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보았다.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선해보이는 미소... 거의 10년만에 다시 설레임이란 감정이 솟아올랐다. 벌써 기주가 회사를 다닌지도 10년차인데 그녀가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도 아닌데 왜 이제서야 눈에 띄었을지 모를일이다. 혹시 경력사원으로 새로 입사했을까? 뛰는 심장 못지않게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부서일까? 결혼은 했을까? 나이는 몇 살일까? 사내 동아리는 무엇일까? 그날 부터 그녀는 기주의 눈앞에 수시로 등장했다. 구내식당에서, 업무회의에서, 회식자리에서 다른 부서와 조인트가 되면서 한두 마디 어깨너머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개인적인 대화의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날 기주는 친한 입사동기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습작] 새벽 고독

우각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어릴적 고향친구와 대학교때 여자선배가 꿈에 나왔다. 전혀 인연이 없을것 같았던 그들은 꿈속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던 여자선배는 평생 마음 속의 누군가였다. 말도 안된다고 선배의 손을 잡고 나오는 순간 잠이 깨었다. 깨고보니 커다란 시골 고향집에 혼자 였다. (우각은 스스로를 수행자라고 칭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득도한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 50세가 넘어 불교에 귀의했고, 지난 10년 동안은 산사가 아닌 고향집에서 홀로 지내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밖은 아직 칠흑같고 갑자기 방안의 냉기가 몸서리 쳐진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낙엽을 몰고와 귀찮기도 하지만 낮에는 상쾌하고 반가운 친구 같았다. 깊은 새벽에 들리는 바람소..

[습작] 무기력

벌써 십 수년 째다 잠깐씩 돌아오기는 했으나,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원인을 주변으로 돌리곤 한다 결국은 내가 원인 인줄 안다 그냥 무기력하게 살면 안될까? 가끔은 그냥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삶이 나를 그냥두지 않는다 현재의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숨을까? 사람들은 얘기한다 먹고 살만하구나 난 얼마나 먹고 살려고 애쓰는데... 어릴적 고향의 일요일 오후가 생각난다 아버지와 집안 청소를 했다 할 일은 많았다 그래도 뭔가 한가했다 - 끝. 2018.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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