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습작단편 25

[습작 단편] 사주보는 과학자1

- 전생과 후생을 보는 법 1 - 기주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절에서 자라면서 공부가 깊은 스님을 통해 동양사상에도 많은 이해가 있었다. 수벽이라는 전통무예에도 소질이 있었고, 기를 통해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일정 부분 희미하게라도 볼 수 있기도 했다. 그는 머리가 비상했던지라 절에서 독학하고도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대학의 물리학과로 진학했다. 한때 승려의 길을 걸을까 생각도 했지만 과학적인 머리가 잘 맞았던 그가 종교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이내 포기했다. 의외로 물리학은 동양사상이나 종교하고도 꽤 부합하는 부분이 있었다. 더구나 현대물리학에서 각광받고 있는 양자역학은 그의 성장 배경인 불교사상하고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공즉시색색즉시공 및 팔정도는 불교와 양자역학이 일..

[습작 수필] 장하성, 장하준, 그리고 장준하

장하성과 장준하는 대표적으로 한국의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경영, 경제학자들이다. 장하성교수는 고려대 경영학 교수이고 현실정치에도 뛰어들었고 장하준교수는 아직 캠브리지 경제학 교수이며 학자로 머물러있다. 경영학과 경제학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두교수는 언론을 통하여 한국의 경제, 기업, 사회정책에 자주 의견을 제시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연구에 기반한 심도깊은 분석과 해석에 가끔 탄복한다. 이름이 비슷하여 두사람이 사촌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맞는지는 내가 직접확인할 길은 없다. 그동안 십수년간 그들이 언론에 피력한 기사, 책 등을 그래도 끌적그려본 나의 두사람에 대한 의견이다. 그리고 그 둘의 시각을 통해 작금의 경제정치 상황을 조망해 보자고 한다. 1. 기업 및 경제정책 관한 의견 - 장하성 교수는 재..

[습작 수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책이 안 팔린다고 하고 책을 안 읽는 시대가 되었다고 많은 곳에서 얘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하루에 출판되는 서적이 200권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책의 홍수 시대이다. 전업작가나 집필가들이 쓰던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 쓰기를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실제로 한 권 정도 쓰는 사람은 그냥 두세 사람 건너면 있을 정도이다.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고 중학교시절 국어선생님의 피드백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그 이후 거의 30년간 글쓰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40대에 접어들던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접한 지인의 블로그에서 자극을 받고 조악한 수준의 글을 쓰기 시작하여 5년 전에 책을 한 권쓰게 되었고 지금은 두 번째 책을 한창 쓰고 있다. 그리고 2~3권 정도의 다음책 콘셉트를 머릿속..

[습작 단편] 프로이트의 그녀 2

존은 책상에서 자료해석을 하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꿈의 마지막 부분에 안나 프로이트가 나왔던 것은 단지 이틀 전 그녀와의 만남 때문이었을까? 존은 지난밤 토라(모세 5 경이 주축을 이루는 유대인의 율법서로 구약의 핵심내용)의 민수기(Book of numbers. 모세 5경의 4번째로 제목대로 유대인 인구조사에 관한 내용)의 후반부인 26~36장에 나와있는 인구조사와 영토분배에 관한 부분을 다시 살펴보고 있던 중이었다. 토라 전체가 그렇듯이 구전으로 내려온 것을 운문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보니 항상 해석도 어렵고 후대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나 율법을 해석하여 전달하는 랍비들도 각각 다른 시각을 가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이를 전달하거나 해설서를 기록할 때는 여러 학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는 하였..

[습작 단편] 유대인과 족보

(습작단편) 유대인과 족보 에이브는 지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알듯 모를듯한 이상한 힘에 이끌렸다. 그들은 종교과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처음 만났다. 에이브가 한국에 도착하고는 바로 담당교수와 인사하고 수업에 들어왔기에 미처 같은 연구실의 지현과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종교과학입문은 최근 인기가 많아서인지 공개수업으로 진행되어 박사과정 학생들은 물론 학부나 석사과정의 학생들도 많이 수강하고 있었다. 에이브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였고 그의 집안은 대대로 랍비였다. 그는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종교역사학을 전공했고 최근 과학이 종교의 성역을 하나씩 부수고 들어오고 있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차에 최근 한국의 성균관대에서 과학과 종교를 결합하는 새로운 연구의 시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

[습작 단편] 어느 한국인 소르본 졸업생

기주가 오랜 기간 배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것은 겨우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그는 결혼을 하고 갓 태어난 딸이 있었다. 적지 않은 땅을 팔고 그 돈을 독립자금에 투척하고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임시정부에 발을 디딘 것은 기주의 나의 20살 때였다. 그는 제법 명석한 편이었고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시킨 한학에 대한 공부도 깊은 편이었다. 그는 군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임시정부에서 여러 가지 행정업무를 도왔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척사와의 만남은 그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부터 기주는 군사훈련도 일부 받으며 본인도 언젠가는 독립투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조직을 옮기지는 않고 임정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투쟁의지와 노력을 지켜보던 백범이 뭔가 그런 것은 그와는 맞지 않다는..

[습작 단편] 프로이트의 그녀 1

존이 런던의 햄스테드로 옮긴 것은 막 30대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존은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로 종교역사학을 공부하려던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 기숙사의 관리자로 오게 되었다. 존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가톨릭에서는 비판적 시간으로 보고 있던 성직자 자치단체인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그룹의 한 명이었다. 그는 영특하면서도 독실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오푸스데이의 차세대 리더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면 그는 사제의 길을 걸어야 했으나 그 자신은 사제로서 리더가 되기보다는 논란의 이슈가 되는 오푸스데이 수도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어서 구약성경의 '토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싶었다. 가톨릭이 경직된 것은 7세기 전후 토라의 해석에 ..

[습작 수필] 나의 영국 친구

[인물소개] 나의 영국친구(닐 픽커링) 나는 비교적 소심하고 사교적이지 못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맺은 인연이 그다지 넓지 않다. 그래도 몇 사람은 그 만남이 짧더라도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는 이제 70대 후반이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아버지 연배에 가깝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딱 서른 살 가을이었다. 영국유학시절 머물던 가톨릭 교파(faction)의 하나인 오푸스데이에서 운영하던 기숙사에서였다. 네더홀하우스라고 부르는 남학생들만 입주가 가능한 기숙사였는데 학생들도 학부에서 박사과정까지 연배가 다양했고, 학생이 아니더라도 직업을 가진 독신의 오푸스데이 가톨릭교도들도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당시 그는 ..

[습작 수필] 좋아하는, 어울리는

- 어울리는 계절, 좋아하는 계절 - 여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뭔가 나를 비롯한 주위가 전체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음을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여름이 가까워지면 남에게 보이기 위해 몸을 만들 나이가 훌쩍 넘었음에도 몸을 만들려는 마음은 여전히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서울의 9월은 온난화의 영향인지 십수 년 전부터 더워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매일 25~6도를 넘나들어 얇은 반팔티 하나로도 밤늦게까지 충분하다 스톡홀름에 돌아오니 벌써 낙엽이 한창인 깊숙한 가을이 느껴진다 공원을 걷는데도 두꺼운 긴 티가 필요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가을의 느낌을 가중시킨다 그녀와 같이 걸어도 을씨년스럽고 외로움이 밀려온다 기가 막히게도 나에게 어울리는 계절이다. ..

[습작 수필]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 때로는 멋있는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원색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아주 오랜 기간 고민해 온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매우 즉흥적으로 보인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무릎을 치며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여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 2019.0922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