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한국의 주입식 중심 교육은 앞으로도 필요할까?

종마(宗唛) 2022. 1. 16. 02:04

스웨덴에 이주하고 택배를 집으로 받다가 경험한 이야기 이다. 스웨덴은 우리나라 처럼 집집마다 택배를 배달해주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근처의 편의점 등에 공간을 확보한 택배운영소에 가서 본인이 직접 찾아야 한다. 물론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다시 집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이 경우 통상 2~3일 만에 도착하는 한국과는 달리 배달 일정이 길어진다. 그것도 아파트 문앞까지 배달되지는 않고 건물아래까지만 배달해 주는 경우가 많기에 배달시간에 맞추어서 건물1층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한 번은 집까지 배달되도록 택배서비스를 신청하고 배달시간에 맞추어 내려가서 기다렸다(통상 기다리지 않으면 바로 택배운영소로 되돌아 가는 경우도 있기에 5~10분정도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 내려가 보니 아랫집의 이웃 여성도 택배를 받으려고 나와 있었다. 도착한 배달기사는 그 여성에게 먼저 물건을 건내고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에 기록을 했다. 나는 당연히 다음순서는 나 일줄 알았다. 하지만 배달기사는 전자기기에 방금 그 여성은 첫번째 순서이고 나는 이 건물에서 다섯번째 배달순서로 나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을 확인할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기다리고 있으니 리스트의 다섯번째를 먼저 체크하고 나에게 물건을 주면되지 않냐고 했다. 배달기사는 그렇게 하면 자기의 프로세스에 혼란이 오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와 있지 않은 나머지 세사람과 연락을 시도하고 이마져도 되지 않으니 나보고 조금이라도 물건을 빨리 받으려면 건물 출입구를 열어주면 본인이 직접 아파트의 호수로 방문하여 확인후 처리해 주겠다고 하였다. 건물로 들어간 배달기사는 약 20분뒤에 나와서 드디어 나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기기에 수령 등록을하고 건물을 떠났다.

교육얘기를 하면서 왜 이런 관련없는 듯한 사례를 설명하는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유럽 혹은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가끔 한국사람들보다  떨어지는 지적인 유연성이나 문제해결 능력들로 어떻게 선진국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유럽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엘리트들은 실제 한국인들에 비해서 뛰어나면 뛰어났지 뒤떨어진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만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보면 가끔 평균적인 한국사람과 비교시 상당히 유연성이나 지적역량이 뒤떨어 진다고 느낄때가 많다. 최근 유튜브를 보다보면 해외에서 유수한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친구들의 한국의 영어나 수능 문제를 풀면서 어려워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이것이 공감이 될때가 많다.

필자도 대학원 시절 영국에서 MBA를 공부할때 서양학생들이 뛰어난 능력에 역쉬 똑똑한 친구들이 많구나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평균적인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 유럽에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통상 훨씬 우수하다. 필자는 대학원을 나왔지만 솔직히 한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하고 비교시 지적능력이나 대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많지 않다. 특정 분야의 공부야 다를수도 있지만 일상적이거나 새로운 일에대한 문제해결역량이나 지적수준은 그렇다는 것이다. 즉 뭔지 몰라도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거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외국 국제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후배와 나눈적이 있다. 후배는 전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보고 있지만 한국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교육 및 학업성취에 대한 열정이 훨씬 강함은 물론 실제로도 똑똑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토론을 한 결과 한국의 치열하고 심하다고 할 수 있는 입시공부는 문제이지만 한국식의 주입식 교육이 서양식의 자율교육에 비해서 일정수준까지는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이다. 즉 연구, 과학 및 창조력에 관련된 고등직업이 아닌한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하는 수준에서는 거의 100:80 혹은 100:70 정도로 차이가 날 만큼 한국의 고교까지의 주입식 교육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인지 아래의 OECD에서 보면 대학진학률은 한국이 세계1위 이다. 높은 교육열이라고도 할 수도 있고, 학력일변도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분명히 뭔가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OECD 국가별 인구대비 대학진학률.출처 OECD

최근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까지 내려온 입시교육은 분명히 더 이상 진행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된다. 동시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답을 요구하는 주입식 교육에 많이 편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을 서양식 자율교육 및 창의성 관련 교육을 보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유럽인들과 비교시 임계치를 넘어가는 지적수준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율식 그리고 창의성 교육이 중요해도 어느수준까지는 임계치를 넘어가는 주입식 교육을 따라가기는 버거울 듯 싶다.

즉, 창의력 및 자율성의 강화하는 교육을 어느정도 늘리되 임계치를 넘어가는 차이를 만들어 내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의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 2022.1.14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