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지금이라도 컴퓨터 게임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까?

종마(宗唛) 2022. 2. 25. 20:20
수년간 누적된 모바일게임 profile_출처.jongma

'미래에 컴퓨터게임(VR 등 유사게임을 통칭) 활용 능력은 필수 생존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종마 -


나의 젊은 시절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전산공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놀라곤 한다.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전공까지 한 사람이 그렇게 컴퓨터 다루는데나 프로그램에 보통사람들보다도 무지하냐는 의미다. 88꿈나무 학번인 나는 어찌하다 전산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께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고 당시에는 등록금보다도 비쌌던 8088 CPU PC를 사주셨다. 고등학교 교원이셨던 아버지 월급에는 큰 부담임에 틀림없었다. 중학교 시절 서울 사촌동생집에 놀러와서 애플 컴퓨터를 보고 완전히 딴 세상이라고 느꼈던 이후로는, 사실 내평생 거의 처음으로 가까이 접해보던 컴퓨터이기도 했다.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그 비싼 컴퓨터는 공부보다는 테트리스라는 게임을 하는 시간에 많이 사용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1~2년차까지는 매니아는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당시 유행하던 게임을 가끔씩이라도 하고는 했다. 당시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던 시뮬레이션 게임인 '시에라'라나 '어나더월드'와 같은 게임을 하는 모습을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살짝 나만 아는듯한 세계라고 뽐내기도 하였다. 어쨌든 기업의 해외영업부에 입사한 나는 오히려 마케팅이나 회계와 같은 경영학에 더 관심이 생기면서 컴퓨터관련 지식은 완전히 손을떼는 수준까지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업무도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여 엑셀처럼 업무처리에 직결된 것에는 시간투입을 좀 했지만 컴퓨터 게임도 거의 손을대지 않게되었다. 몇년 지나지 않아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들이 30대까지도 미친듯이 빠져들정도로 세상을 흔들었지만 그 이후로 나는 40이 넘어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다시 시작한 단순한 모바일 게임 외에는 해본적이 없다.

물론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은 이유는 바쁜 직장 및 가정생활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당시 인터넷 게임으로 폐인이 되거나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도 작지 않은 심리적으로 게임시작을 막게하는 영향도 있었다. 그로 인해 아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아이가 PC방에 가는 시간이 늘면 늘 야단을 치면서 게임을 못하게 하고는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20대에 막 접어든 아이도 FIFA와 같은 단순한 모바일 게임외에는 하지 않는 듯 하다.

가끔은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영화를 보고나면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우리 미래의 삶은 상당히 메타버스와 같은 일종의 게임같은 인터넷세상과 연결되어 살아야하고 그 세상에서는 삶의 방식은 지금 컴퓨터게임에서 아이템을 매매하거나 롤플레잉방식으로 협업을 하거나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적도 있다. 어쨌든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은 별로 삶에 중요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그러다가 3년만에 다시 스웨덴의 기술박물관(Tekniska Museet)을 방문했는데 우리가 익숙한 전통현대 기술 중심의 전시공간이었던 스웨덴의 기술박물관은 대부분의 전시공간이 우주기술, AI, 화성, 그리고 컴퓨터게임(현대화된 VR까지 포함된 모든 게임을 여기서는 통칭으로 이렇게 부르겠다) 같은 전시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최신 기류를 반영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전시공간을 바꾸고 있는 박물관 관계자와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스웨덴의 기술전시를 이끌고 있는 본인들의 생각에는 우주기술, AI 및 인터넷 게임이 세상을 빠른 시간내에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스웨덴 기술박물관의 전시관 모습_출처.jongma

컴퓨터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되었는데 컴퓨터게임 능력을 테스트하는 공간이 있었다. 최신 유행게임만이 아닌 과거의 닌텐도나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들의 지식도 통합적으로 테스트 하는 질문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는 답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아마 최하위권 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지난주 금요일(2022.2.18)에 월1회하는 IMC연구회 세미나에서 'Gamification'이라는 즉 마케팅, 교육프로그램 및 여러가지 스마트폰어플 등 다양한 곳에서 일종의 컴퓨터게임에서 고객을 홀딩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로 포인트부여, 경쟁 및 퀴즈 등의 활용이 커지고 있는 컨텐츠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이런 방식은 깊숙히 들어와있음을 알게되었다. 당시 세미나 참석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심지어 70대에 가까운 은퇴하신 분들이 있었음에도 관련컨텐츠를 받아들이고 이런것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히 들어올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셨다. 그나마 가장 젋은 축에 속하는 나는 얼마나 안이한가 하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Gamification 발료자료_출처.한국게임화연구원 발표자료

5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는 많은 것에서 앞으로의 기술적 변화는 내가 사는 동안에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많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살것이며 그런게 그다지 빨리 우리 삶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끔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10년동안 이런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디지털문맹과 디지털지능을 가진 사람만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지도 겨우 10년이 조금 넘게 지났는데 얼마나 많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가? 스마트폰을 안쓰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진짜 그렇다면 삶에 큰 차이가 있을것이다.

적절한 예일지 모르나 집이 시골인 나는 가끔 마을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아는 70대 어떤 분은 서울에서 대학졸업을 한 지식인이지만 노트북 사용은 커녕 스마트폰을 과거의 피처폰 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근처에 농사만 짓는다고 생각하셨던 마을 주민 60대 아주머니는 엑셀로 농사일 및 여러 일상을 관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세상은 계속변하고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니 그냥 전통적인 삶에 충실하고 내면을 가꾸는 삶도 멋지고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동안 내가 따라잡지 않은 변화는 10년뒤 나의 삶에 어떤 충격을 줄지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컴퓨터게임에 입문해봐야 할까?'라는 질문이 진지해지는 순간이다.


- 2022.2.25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