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독재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세대간/진영간 간극이 큰 작금의 시절을 바라보며 -
나는 마지막 386세대(지금은 586세대. 즉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 학번을 가진세대. 이하 86세대)이다. 재작년 조국 장관의 사태와 맞물려 한때 86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86세대를 한국의 세대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싶다. 86세대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령적/시대적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을 모든 것을 가진 기득권으로 보는 언론이나 여론은 객관적으로 보기힘들다. 왜냐면 솔직히 높은 학력, 연공서열, 경력중시, 순혈주의 등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문화를 볼때 지금 49세~ 50대 후반이 사회적 위치의 정점에 있을수 밖에없는 나이이다. IMF사태가 없었다면 나는 그 나이를 40대 중반으로 낮추었을 것이다. 40대 중반부터가 한국사회에서는 소위 대기업임원, 정교수, 고위직 공무원, 기업가들이 자리를 잡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나이가 그런 시점에 있다고 보는게 더 균형적인 시각이 아닐까 한다. 지금 30대중반 ~ 40대 중반도 10년 뒤에는 기득권층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86세대는 억세게 운이좋은 세대라고 봐야한다. 그들은 거의 10% 수준의 고도 경제 성장기에 청소년기와 직장 초년기를 보냈다. 부존자원없이 교육만이 살길이었기에 고학력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세대인 동시에 독재정권과 처철하게 싸운 세대였고, 지금은 보수이던 진보이던 기득권 세대가 되었다.
86세대 이전 세대의 상당수 사람들은 지역이나 여러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인권,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의 부정적인 관점이 있더라도 개발독재 시대에 절대적인 믿음과 긍정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반면 86세대 부터는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 라는 책에서 보듯이 객관적인 수치로 개발독재는 당시의 정치지도층의 능력이 아니었고 단지 시대적인 결과였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도 작년에 그책을 읽고 계량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짝 스토리에 맞추어서 데이터를 제시한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개발독재 시대에 대한 균형적 해석이 없으면 세대간 간극 및 보수/진보간 간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개인적으로 여기에 대한 해석을 해보려고 잠시 고민해봤다.
우리에게 개발독재라고 하면 아마 우리나라의 산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박정희 정권 시대를 의미할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독재시대는 아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특별히 눈에 띄는 산업개발이 없었기에 개발독재로 보기는 어렵다. 단지 3저(오일, 환율, 이자?) 호황에 따른 산업성장률이 높았던것은 사실이다.
20세기 중후반 부터 독재정치를 경험한 나라는 많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칠레 등 중남미의 여러국가, 리비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중동, 필리핀, 북한, 중국, 러시아 및 싱가폴 등 다양한 나라들이 독재시대를 거쳤고 여전히 독재치하 아래에 있는 나라들도 있다.
독재국가들간에는 공통적인 현상과 그렇지 않은 현상이 있다. 우선 부정적인것으로 보면 인권침해, 정경유착, 부정비리, 빈부격차, 그리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강력한 리더십으로 인한 국가적 의사결정의 신속 성 정도로 볼수 있다.
공통적이지 않은 것은 독재의 특성상 독재자에 따라 국가의 흥망과 관련된 향방이 바뀌었다. 독재를 경험한 여러나라중 한국, 중국 및 싱가폴은 나라와 산업이 발전했고 그와 더불어 민주화도 진행(중국제외)이 되어 독재의 부정적인 점을 극복해 내고 있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거의 패망에 가까울 정도로 몰락했다. 한국과 싱가폴은 모두 지독한 독재를 경험했고 싱가폴은 심하게 말하면 대를 건너 세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더욱 발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장하성 교수의 책에서는 국제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들 그리고 국민의 노력으로 발전한 것이지 소위 개발독재 등의 긍적적인 면이 없다고 하였으나 그렇다면 나머지 독재국가들도 다 발전했어야 하는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 정경유착, 부정비리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독재자 였지만 개인과 주변의 사리사욕만 챙긴 필리핀, 중남미 같은 나라와는 달리 그는 국가를 본인과 동일시 하여 국가전체의 발전도 함께 꾀하고자 하는 긍정적? 욕망을 같이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나라 만의 개발독재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어느정도 인정해야 할것이다.
독재를 하되 인재를 양성했고 마르코스처럼 향락만 즐긴것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한것이다. 많은 곳에서 통계자료를 들이밀며 우리나라는 세습부자가 많다. 미국은 자수성가 부자가 많다고 하지만 재벌수준은 아니라도 50 억 이상자산을 가진 부자가 40만명을 넘어가는 것(KB나 하나 은행의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을 고려시 천억대가 넘어가는 슈퍼리치는 몰라도 나머지 자산 50억~100억 수준의 부자는 상당수가 노력에 의해서 도달했을 판단된다. 즉 대한민국 부자들의 majority는 노력에 의한 부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주식시장 본격화 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부자가된 서정진, 김택진, 이해진, 김범수, 김정주 등 기업가들이 부자순위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부자가될 시점이 도래했을 뿐이다.
다시 개발독재 얘기로 돌아와서 그러한 산업적 교육적 인프라적 기반이 개발독재 시대에 상당히 구축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개발독재를 부정하고 비난하고 적폐로 몰기보다는 운이좋았던 우리나라의 개발독재의 긍정적인면?이 우리를 분명히 현재수준까지 이끌어왔음을 다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디디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부모세대 그리고 86세대를 태극기부대 기득권 86세대로 그리고 보수꼴통이라고만 부정적인 시각으로 견지하지 않을 때 세대간 보수진보간 간극은 좁혀질 수 있으며 한단계 더 점프업 할 수 있다.
시대적 운이 좋았을 수는 있으나, 왜 열심히 살아와서 차근차근 부를 축적한 개발독재 시대에 자라온 중산층이나 부유층들이 갑자기 적폐가 되고, 돈만 밝히는 부류로 인식되고 있는지? 혹은 그렇게 이미지화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2021.10.2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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