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우연히 아이돌스타인 소미의 영상을 보았다. 아이돌 스타로 성공했고 외모적으로도 뛰어나고 더구나 백인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상대적으로 나은 하이브리드 위치(인종차별 발언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학교, 친구 그리고 주변에서 한때 잡종이란 단어를 들어서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관련해서 오래전부터 쓰려다 묵힌 혼혈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mixed blood 혹은 혼혈보다는 일종의 같은 종내에서도 신분 계층 간의 관계로 인해 태어난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쓰일 수는 있으나 여기서는 혼혈이란 의미로 쓰겠다.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는 좋지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곳곳에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잡종, 영어에서는 bastard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로 쓰였다. 유대인도 오래전부터 나쁜 사마리아들로 혼혈을 차별화했듯이 하이브리드는 백인과 유색인종간의 하이브리드는 말할 것도 없고 제법 오랜 기간 백인끼리의 하이브리드도 소위 서자 취급을 받았다. 비교적 국지적 교류에 국한해서 살아가던 고대와 중세까지도 나름대로 소수의 집단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효과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유전적으로 잡종강세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농업에서 종이 다른 것끼리 교배가 되면 3:1 정도로 우성인자가 많이 나오는데 같은 종끼리 교배를 하면 반대로 열성인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 오랜 연구기간 끝에 나온 결과이다. 즉, 자연의 법칙(획일적으로 누군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발전퇴화하면서 본능적으로 습득한 일종의 마스터 알고리즘)은 하이브리드가 우수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왕가들은 이러한 순혈의 의미가 너무 강해서 사촌 간들의 결혼도 성행하여 기형아가 많이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전 나왔던 장르노 주연의 크림슨리버라는 영화도 근친교배의 문제점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에서는 주인공은 하이브리드라서 스노라는 성을 가지게 되었고 계속 여러 가지 차별과 사회적 제약을 받지만 결국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된다. 콘텐츠, 문화, 예술 쪽 사람들은 감각이 빠르다. 문화예술 외에도 산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이브리드가 도입되고 있다. 자연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교류가 글로벌화되면서 인류는 본능적으로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인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생물학적 순종보다는 문화적인 선진 인프라와 정체성이 더 강력한 힘이다.
19세~20세기에 걸쳐 강했던 일본은 집단적 폐쇄성이 강하여 국력이 약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도 하이브리드라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횡보이다. 우리도 아직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과의 국제결혼보다는 백인과의 결혼을 더 좋게 인식하는 경향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다문화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한국적 선진 교육, 문화, 기술 및 사회인프라를 통해서 제대로 성장하면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하이브리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잠재되어 있는 오해와 불신을 떨쳐버려야 할 시대이다.
- 2020.0213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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