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몸 안에 안 좋은 위치에 많이들 생기는 용종의 크기가 커져 수술로 떼어내게 되었다. 주변에서도 가끔 하던 수술이라 나도 큰 걱정 없이 2박 3일 입원하고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했다. 가벼운 수술이라 가족과 자주 만나던 몇몇 친한 친구에게만 수술 전 거의 두 달 동안 여러 검사로 금주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얘기하게 되었다. 수술전날 입원하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친구 두 명이 다녀갔다. 별로 큰 수술이 아니어도 친구들과 가족들이 잠깐씩 다녀가는데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반가웠다.
가까웠던 분이 암이 발병하여 겨우 1년을 넘기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병문안을 가려고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본인과 가족의 상황이 어떤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 환자의 가족에게 문의하여 가도 괜찮은지 확인 후 병문안을 가니 마침 그분의 형제분들이 조카와 조카의 아이들까지 다녀가시는 듯 많은 수의 한가족이 병실을 나가고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통증이 있으셨는지 상황이 안 좋아 보이셨다.
주변 어른들께서 예의라고 이번에는 집사람과 아이까지 데리고 병문안을 가보라고 종용하신다. 그분은 집사람과 아이를 몇 번 본 적이 있기는 하나 아주 친근한 사이가 아니라서 선 듯 같이 가기가 망설여졌다. 마음이 복잡할 터인데 친근하지 않은 사람이 가면 오히려 환자와 가족에게 신경만 쓰일 것 같아서 결국 안 데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의 가족에게 들었다. 예고 없이 수시로 들이닥치는 병문안 때문에 오히려 힘들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병문안이 진짜로 환자나 그 가족을 위로하러 가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환자나 환자의 가족보다는 본인의 체면 때문에 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경우지만 관계 때문에 가는 경우가 그렇다. 가벼운 병은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암과 같이 생명이 오가는 경우는 병문안이 꼭 반갑지 않을 수 있다. 환자나 가족은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조용하게 정리하고 싶을 가능성이 크다. 필요하면 가족만 병실밖에서 가볍게 만나고 위로금만 전달해도 좋을 듯싶다.
-종마 2019.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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