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냄새에 대한 단상

종마(宗唛) 2024. 10. 21. 06:07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냄새가 이슈가 되었다. 보통 조금씩은 느끼지만 그렇게까지 냄새라는 소재를 명시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인사이트가 있다. 다 바꿔도 냄새는 바꾸기 쉽지 않다고... 몇 년 전 한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을 잘못해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낙엽 타는 냄새에서 고향과 옛 추억을 떠올린다. 와인과 커피는 미각보다는 후각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 맛있는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을 때면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저절로 가슴속에 차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씻는 것을 귀찮아했고 당시는 집에 실내 목욕시설이 없어서 주 1회 정도 목욕탕에 가고는 했는데 한 번은 2주 만에 갔는데 목욕탕에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주변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누군가 더러운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주변을 둘러봤다. 한가한 오후라 그랬는지 가까이에는 사람이 없었다. 알고 보니 내 냄새였다. 똥 묻은 놈이 재묻은 놈 뭐라 한다고 살짝 부끄러움이 몰려왔던 기억은 평생 머릿속에 남아있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군복무 시절 어느 여름 수영장 락커에 들어갔는데 치즈냄새 같은 무언가 안 좋은 냄새가 훅 치고 들어왔다. 예전에 외국에 나갔던 사람들은 김치 마늘 냄새로 현지의 외국인들과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치즈에 익숙해진 요즘 한국사람들도 치즈냄새를 싫어하지 않고 한식과 김치가 제법 알려진 요즘 많은 외국인들도 김치냄새를 익숙해한다.

한때 꽤 유행이었던 아베크롬비라는 의류브랜드는 매장 내에 파격적인 남성모델과 독특한 향기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패션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할 때 주요 브랜드에 향기라는 특성을 추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한 기억이 난다.

요즘 음식을 먹고 집안에 냄새가 잘 안 빠지면 커피가루를 놓아두거나 초를 태우기도 한다. 여름에 모기나 해충을 멀리 하기 위해 냄새(향기) 나는 홈매트나 모기향을 피우기도 한다. 캠핑장에서는 뱀이나 파충류를 멀리하기 위해 백반이나 담배꽁초를 텐트 주변에 놓아두기도 한다.

주향백리, 화향천리, 인향만리라는 사자성어도 들어봤다.

냄새는 인간이 가진 오감의 반응 중 가장 본능적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솔직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냄새는 절대적으로 안 좋다. 하수구, 화장실 그리고 솔직히 오랜 기간 씻지 않으면 몸에서 나는 악취 등 인간은 문명화하면서 안 좋은 냄새를 줄이거나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어떤 냄새는 상대적이다. 특히 발효한 음식들인 치즈나 김치는 누구에게는 좋은 냄새지만 누구에게는 안 좋은 냄새일 수도 있다. 가족끼리만 알 수 있는 가족 간의 익숙한 냄새가 있다. 아마 다른 가족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냄새라는 것을 그렇게 알고 있고 느끼면 될 것 같다.

갑자기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 2019.0812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