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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멘탈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해야할까?

종마(宗唛) 2024. 10. 21. 05:55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아예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안 받고 자기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독불장군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개인적인 예술가 같은 사람이면 몰라도 권력자가 되면 주변에 큰 피해를 줄수도 있다. 역사 속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몇 가지 업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줏대가 센 사람들이다. 사실 주변의 얘기를 너무 수용하면 아무것도 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은 슬럼프에 잘 빠지지 않고 충격도 안 받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통상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면 주변의 이슈에 영향을 받고 충격도 받지만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슬럼프에서 빨리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권력의 위치에 있어도 주변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 좋거나 나쁘거나 전자에 비해 역사에 기록되는 일을 못했거나 혹은 기록에 잘 남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행을 가서 순탄했던 일은 기억에 잘 남지 않듯이 말이다.

10여 년 전 나한테는 멘탈이 무너지고 심한 우울증까지 오는 외부적 충격이 몇 년간 계속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직장도 짧은 시간사이에 몆 번이나 옮길 수밖에 없었고 하여간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든 시기였다. 일례로 나는 헤드헌터 시장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헤드헌터들을 만나면 비교적 나하고의 대화에 만족하고 괜찮은 자리를 추천했었다. 하지만 내가 멘털이 무너졌던 기간에는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자주 이직하느라 선배의 소개로 헤드헌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선배한테 피드백이 내가 정상이냐고 했다고 한다. 사람이 좀 이상하고 불안해 보인다고...

몇몇 친구들이 같이해주고 직접적으로 해당이슈에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당연히 가족은 늘 나를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보금자리였다. 가족들도 그런 나 때문에 그 시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옆에서 나를 버텨줘야 했으니...
무너진 멘탈이 조금 회복되어 소위 정상상태의 끝자락에 진입하는데 거의 6~7년 이상이 걸렸다. 지금도 완전한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는 그로 인해 늦은 나이지만 사람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지금은 비슷한 위기가 와도 넘길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조금 생겼다. 그때 주변에서 약해진 나를 이용해 먹는 사람도 있었고 계속 안 보이게 그 약점을 활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를 계속 믿어주고 지원해 준 사람이 더 많았기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상황에 부딪히기 전에는 어떤 영향이 올지 잘 모른다. 기업들은 시나리오 혹은 컨틴전시 플래닝이라는 전략기법을 활용해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는 한다.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전개는 예상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된다. 아래는 내가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올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 방식이다.  혹시 멘탈이 무너지는 위기가 아직 오지 않았거나 현재 와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멘탈붕괴의 위기가 올 때(슬럼프가 올 때) 대처법

1. 누구든지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자.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 대신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올게 왔구나라고 마음을 가지면 훨씬 나을 것이다.

2. 그리고 첫 번째 위기가 왔을 때 다음도 그럴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확률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은 적다. 보통 스스로 무너져서 그다음에는 작은 이슈에도 계속 무너지게 된다.

3. 나의 위기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영혼의 파트너들을 만들어놓자. 배우자 일수도, 친구일 수도, 직장동료나 멘토나 선생님일 수도 있다. 해결책을 줄 수는 없어도 털어놓고 대화만 할 수 있어도 큰 힘이 된다. 단 입이 가벼운 사람은 좀 유의해야 한다.  그에게 터놓은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래도 하는 게 좋다. 어차피 그냥 있으면 무너지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믿을 수 있었던 누구에게 얘기한 걸로 충분해라고 나는 생각한다.

4. 나만의 회복탄력법을 만들고 익히자. 각자 살면서 터득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재밌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거나, 등산을 하거나, 도심의 골목길을 걷거나 혼자 혹은 친구와 짧은 여행을 하기도 한다. 명상도 도움이 된다(사건에 집중하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시길)

5.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을 주변에서 보고 흉내 내 보자. 그들의 태도나 습관을 직접 경험해 보면 꽤 도움이 된다. 골프를 칠 때 첫 번째 샷이 무너지면 계속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반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샷에서 회복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는 누구는 항상 옆에서 얘기해 주고 본인도 되새긴다고 한다. 다음번은 괜찮을 거라고~ 그러면 곧 다시 회복되고 플레이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나는 연습부족으로 100의 벽을 못 넘고 있다 ㅎㅎㅎ

- 2019.0613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