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은 자의 기억이 정확할까? 말한 자의 기억이 정확할까? -
거의 십 년 전부터 심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비염이 심해서 과장되게 말하면 중학교부터 대학졸업 때까지 수업시간에 코가 막혀서 멍하고 앉아있을 때가 태반이었고 산소부족으로 늘 머리가 맑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너무 킁킁대는 소리와 수시로 코를 풀러 나가는 통에 선배들에게 여러 번 코를 고치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께서 도저히 안 되겠는지 수소문하시고 한약을 지어 오셨는데 꼬박 1년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럭저럭 살아갈만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다시 안 좋아졌다. 차를 운전하다가 심하게 졸음이 오는 사태가 계속되고 회사에서는 오후에는 화장실에 가서 20~30분이라도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 수면다원검사라는 것을 받았다. 수면 시 평균 산소포화도가 정상구간보다 상당히 아래로 나오고 수면 무호흡증도 여러 번 보이고 1분 이상 무호흡구간도 몇 번 나왔고 산소포화도가 70% 대도 30분 이상 떨어지는 구간도 2번 이상 나왔다. 의사는 이 정도면 바로 수술을 권한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니 코뼈가 많이 휘어서 코뼈교정 수술까지 같이 수술을 두 번 해야 해서 거의 1주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수소문 끝에 코골이 전문 한의원을 찾았고 침술, 구강구조 교정, 습관교정 및 한약까지 비용은 좀 들었지만 수술하지 않고 제법 호전이 되었다. 양압기는 도저히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어쨌든 약 십 년 전부터 작년에 친구를 만났던 기억도 간혹 안 나고 주변에서 왜 두말하냐는 소리도 여러 번 듣고, 자기가 한 말을 왜 기억 못 하냐고 자주 듣기 시작한 이유를 난 항상 나의 코와 관련된 기억력이나 건망증 문제로만 여겨왔다.
최근에 와서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씩 회사동료, 오래된 친구는 물론 가족 간에도 과거의 기억이나 얼마 전 대화로 인한 오해의 진폭이 놀라울 정도로 큰 경우가 발생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발생한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고 해결책을 찾으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한 자는 말한 것에 대한 취지나 의도가 있고, 본인이 했기에 민감도나 기억력이 더 높은 편이다. 그리고 대화들이 그 주제에 대해 오가면 본인의 주제이기에 일종의 전지적 작가시점과 높은 몰입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많은 과거의 연구에서 밝히듯이 기억에 관해 보면 그냥 듣기만 하면 기억량이 30%도 안된다고 한다. 더구나 듣는 중에도 놓치는 부분이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나 같은 경우 들으면서 연관된 정보들이나 과거의 기억 때로는 감정까지 개입되기에 말한 자의 취지에 대한 이해나 몰입도 및 민감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듣기가 어려운가 보다 또 계속 많은 자기 관리 서적들에서 듣는 것을 언급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해결책을 생각해 봤다.
1. 오래된 관계와의 대화 및 기억
- 오래된 관계라는 것이 단지 그 사람을 안지 오래된 게 아니라 교류나 소통의 비중이 많았다는 것이다.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다면 아무리 친구라도 나하고 잘 맞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위 나의 우군이다. 이 경우에는 그 사람과의 대화과정에 사소한 오해가 있었더라도 진폭을 키우지 않고 누적된 관계 속에서 해결한다. 대부분 오해는 줄어들고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2. 취지나 문맥에 집중한다.
- 대화를 하다 보면 사소한 말투, 단어 등에서도 오해가 발생한다. 특히 관계가 오래되지 않은 경우 이런 영향이 큰 편인데 취지나 문맥에 집중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말하는 자는 특히 선후배를 막론하고 가깝지 않은 사이에 하대와 비슷한 말투나 혹은 혼잣말이라도 안 좋은 비속어나 욕설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본인한테 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본인을 그렇게 대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기록한다.
나의 경우 회사생활의 영향인지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전체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록은 상당히 기억이나 대화에 관한 오래를 줄일 수 있다. 전에 한번 집사람과 아이 교육문제로 예전에 대화를 가지고 옥신각신 한 적이 있다. 기록 관리 할만한 내용이라서 노트에 적었었는데 찾아보니 내가 잘못기억한 게 맞을 것 같은 단어들이 남아있었다. 이상하게 기억이 보정되기도 한다.
4. 다시 묻는다.
대화의 도중에 놓쳤거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물어서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업무적으로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는 가끔 이런 게 허용되지 않는 상사도 있는데 본인이 상사라면 혹시 그런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2019.1027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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