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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왼손 사용 선언

종마(宗唛) 2024. 10. 22. 05:19

왼손사용 선언

2~3년 전 젓가락을 인생 후반기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선택한 후부터 이따금씩 칫솔질과 젓가락질을 왼손으로 해보고 있다. 오른손잡이였지만 양손으로 젓가락질을 완벽하게 하는 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머릿속에 넣고 몇 년을 굴리다가 나의 후반기 삶의 테마와도 잘 맞아서 그 시작을 젓가락으로 해보기로 했다.

한중일과 베트남 4국이 국가적으로 젓가락을 쓰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나라(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는 화교 등 이 나라들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전파하여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삼국지에 나오는 맹획처럼 오래전부터  중국과 교류가 있어서 오랜 젓가락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외과나 치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위의 중국, 베트남, 한국 출신이라고 한다. 베트남만 빼놓으면 지능지수 및 손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전자산업 같은 것이 모두 발전한 나라다. 베트남의 미래가 기대된다. 나보고 동남아 국가에 투자하라면 베트남에 하고 싶다. 손의 근육은 두뇌 하고도 연결이 약 30프로 정도 되어있어 손을 정교하게 사용하면 두뇌자극이 많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뇌졸중환자나 치매환자의 재활치료 요법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매일 식사를 같이하는 가족들에게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칫솔질은 상당히 익숙해져서 오른손의 70~80% 수준에 온 것 같은데 젓가락질은 시도도 잘 안되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떨 때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두통도 발생한다. 젓가락질은 비교적 힘조절, 쥐는 법 및 집는 법 등 좀 더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을 오른손으로 하면서 왼손으로 이따금씩 하는 것은 정말 거의 발전이 없다. 그래서 아예 의도적으로 왼손잡이가 되어볼까 하고 마음을 다졌다. 너무 불편한 글씨 쓰기와 골프 같은 것은 비용이 드는 클럽도 바꿔야 하는 것은 제외하려고 한다.

막상 왼손잡이 처럼 해보려니 변해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설거지 할 때 그릇과 수세미질도 다르고 옷 입을 때 순서도 달라진다. 가위질은 아예 날의 방향이 다른 왼손가위를 사야 한다. 재킷을 입을 때 왼손을 먼저 넣고 오른손을 넣는 것은 쉬운데 반대는 옷 입기도 쉽지 않다. 손톱을 깎아보려니 고르게 깎이지도 않고 땀이 난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수한 일상생활의 작은 행동들이 이미 오른손 중심으로 잡혀있었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는데 어느 순간 또 오른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나를 위한 개인적 선언이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이유는 퇴로차단이다. 거짓말 장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노력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 2019.1012.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