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직장 생활 중 미래의 씨앗을 뿌려라

종마(宗唛) 2024. 10. 23. 04:02

1. 직장생활에 대한 회고

나의 직장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하는 것은 좋아했고 비교적 재밌기도 했다. 어쨌든 2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적인 상황으로 퇴사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여러 번 옮겼다. 이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앞뒤에 소요되는 시간, 감정소모가 굉장히 크다. 물론 좋게 스카우트가 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경우도 새로운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에는 많은 힘이 든다. 또한 이직이 너무 잦은 사람은 인사팀에서 별로 좋게 안 본다.

마지막 직장에서는 거의 10년을 채웠다. 그동안의 이직경험으로 이번에는 회사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로 좋은 오퍼가 와도 움직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니 나가라고 해도 끝까지 버티기를 할 각오를 했다. 이직 후에도 3~4년간은 마음이 혹 할만한 오퍼가 있었지만 시작할 때의 결심으로 버텼다. 솔직히 듣는 순간 흔들리기도 한 오퍼도 있었지만 집에 와서 숙고하면 처음 생각이 맞다고 판단되어 꿋꿋하게 버텼다. 마지막 직장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만두고 싶은 고비도 많았고 좋았던 순간도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어쨌든 확실히 장기근속은 보이지 않는 일종의 인맥 같은 힘을 가져다 주었다. 마지막에는 내가 진급하지 않더라도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2. 미래에 대한 고민 및 준비

그래도 40대 중반이 지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퇴직 후를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의 직장생활은 옵션에 두지 않았다. 직장생활은 현재직장에서 끝낸다고 생각했기에... 동시에 나는 사주를 봐도 그리고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성격상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 실제 30대 초반에 인터넷벤처에 반직접적으로 2년 가까이 참여하면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사업기획서는 MBA 2년 차에 내가 다 만들었고 펀딩에도 일부 신경 썼다. 나는 아마추어였고, 당시에 겪은 사람관리, 자금관리 등 과정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도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옵션을 제거하면 별로 할 게 없다. 그래서 마음먹은 게 1인기업이었다. 물론 규모가 커지면 파트너나 소수의 직원을 둘 정도는 생각을 했다.

먼저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진짜 얼토당토 하지 않은 옵션도 있었고 최종 후보로 생각한 콘셉트도 거기에서 정말 우연히 나왔다. 회사 다니면서 그냥 틈틈이 스마트폰에 제목만 메모를 했다. 그 과정만 해도 거의 1년이 걸렸다. 첫 번째 사진은 그때의 1차 메모 리스트의 일부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분야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로 나의 백그라운드와도 부합했다. 그 분야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펼쳤다. 아이디어가 쌓이며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하고 싶었다. 주말에 집에서 구체화하기도 했다. 몇 페이지로 구상후 사업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고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해당분야에 경험 있는 사람들도 만나봤다. 그 과정에서 좌절했다.

그들이 준 피드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1인 기업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지금 수입이 괜찮은 직장을 끝까지 다니고 해도 늦지 않다.(아직 한창 돈 들어갈 일이 줄 줄이었던 나를 붙잡은 제일 큰 이유)
2) 나오기 전에 사업을 시작하고 매출을 만들어보고 나와라.
(회사 다니면서 정말 쉽지 않았고 내가 구체화했다고 하는 수준은 아직 목차도 안 만든 수준이었다. 실제 해보기 전에는 그 이상 진척이 안될 것 같았고 수익모델도 불분명했다)
3) 수익모델이 불분명하고 그냥 어린아이 생각 수준인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유사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친구 몇몇은 나오면 진짜 춥다고 그냥 그 각오로 회사를 다니면 오히려 더 잘될 것 같다고 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이 정도였다.

그러다 회사에서 의미 있는 신사업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기회와 아이디어 발굴부터 내가 했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재밌기도 했고 일종의 밖에 나가서 사업하는 것에 대한 준비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았다. 과정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작은 스타트업 업체도 많이 만났다. 어려움보다는 재미가 많았다. 론칭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회사에는 미안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임감만 빼면 기술적으로 나보다 훨씬 뛰어난 멤버들을 여러 명 만들어 놓고 나왔다.

3. 퇴사 후

나는 아직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동기부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발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혹은 동기부여하는 원동력이 있다. 그 원동력도 본인의 생각이 있어야 발화된다. 그냥 놓아버리면 그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1) 생존본능: 의식주와 가족부양을 해야 하는 본능적 압박감.
2) 호기심:  새로운 것에 대해 탐구하고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
3) 경쟁심:  비슷한 주변인물들 대비 뒤처지지 않고 싶은 마음.
4) 벤치마킹: 뛰어난 누군가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
5) 외부자극: 외부의 정보가 들어오게 됨에 따라 변화를 부추기는 자극

사업이던, 글을 쓰던, 공부이던 몇몇 타고난 천재(머리가 좋거나 실행력이 뛰어난)를 제외하고는 뭔가 꽃을 피우는 데는 제법 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짧게 보았다면 오산이다. 직장이던 사업이던 분명히 개인에게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끝을 떠올려보고 그에 대한 단지 아이디어나 생각만이라도 옵션을 준비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시작은 현재와 지독할 정도로 연결되어 있다.

- 2019.1105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