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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역사란 무엇인가?

종마(宗唛) 2024. 10. 24. 01:04

- 역사(history)란 무엇인가 -

History(His story 누군가가 그때의 이야기를 기호로 남긴 것). 역사란 말 그대로 기호적 기록이 있는 과거이다. 그것이 문자이던 그림이던... 우리는 중고교 시절 역사와 선사의 구분을 배웠다. 그 후에 수만 년 전의 정교한 그림 기록들이 지하 동굴 속에서 발견되고, 튀르키에의 괴베클리테베에서는 도시 수준의 문명의 흔적이 BC 11,000전까지 발견되며 이제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와 선사의 구분이 계속 모호해지고 있다. 이번글에서는 그냥 과거 문명의 흔적을 역사라고 하겠다.

대학 입학 후 첫 교양 수업이 역사학 개론이었다. 첫 추천도서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교수님의 첫 질문이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였다. 자발적 공부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첫 수업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역사선생님이라서 어린 시절부터 역사책을 조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에는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역사책들은 특정시기, 사건 혹은 인물중심으로 쓰인 책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프랑스 대혁명사처럼 말이다. 한국사만 해도 좀 긴 시간대로 쓰인 역사책도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정도 구분일 것이다. 가끔 한국통사라고 나온 책들도 시대별 책을 압축한 버전이 많았다. 외국에서 쓰여서 번역된 역사서적이나 통사들도 그랬다.

근래에 와서는 총 균쇠가 역사의 범위를 BC 1.1만 년으로 넓혔다. 그리고 역사를 보는 시각도 시대적 사실 구분이 아니라 구조적이면서 통합적인 시각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는 250만 년부터 통합해서 조망하며 특히 이를 7만 년 전부터는 비교적 자세히 연결하고 있다. 성경이나 경전들은 창세기나 기원신화를 그리고는 있으나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많은 경전들은 대부분 축의시대 혹은 기원전후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이슬람도 7세기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인류를 중심으로 본 역사이다.
생물학은 화석을 통해 역사를 수억 년 전으로 넓혔고, 수억 년 전 어느 시점에는 최초의 생명체라고 불러야 할 루아(LUA, Last Universal Ancestor)가 있었을 것이다. 물리학은 오랜 투쟁의 시간을 거쳐 그 지평을 우주의 역사인 138억 년까지 넓혔다. 그나마 우리가 관찰 및 계산 가능한 역사의 시간일 뿐이다.

다시 돌아와서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 먼저 과거를 몇 가지 지식으로 공부하면서 추리와 상상의 나래를 피는 것은 미래를 공상과학처럼 상상하는 것처럼 흥미 있는 과정이다. 역사 속에서 배운 지식들은 제법 지금의 일상생활이나 의사결정에도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많다. 총 균쇠로부터 비롯된 구조적 해석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 여러 가지 사회 정치현상을 보는 방법을 식견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랜 시간의 역사는 찰나와 같은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주고 가끔씩 미래를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는 도움을 준다. 심지어 종교, 과학, 철학, 그리고 모든 것을 겸허하게  만들어준다.

- 2020.1.17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