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란이 한창 이슈다. 오랜 기간 미국의 경제제재와 함께 최근에는 전쟁의 긴장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일까? 역사나 이란과 우리 그리고 미국의 관계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팔레비 왕조 때는 대표적인 친미국가였는데 어쨌든 이런 얘기는 이미 네이버 등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으니 나는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겠다.
이란 사람은 고대 아리아인의 후예이면서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 이란이란 이름도 아리아인과 지역명칭인 인디아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고 하고 아리아인들의 후예가 세운 국가가 페르시아다. 영화 300에 나오는 그 거대한 민족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한때 그 지역을 지배했던 강자인 페르시아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쨌는 진짜 백인이었던 아리아인들의 피를 받아서 이란 사람들을 보면 가끔 완벽한 백인(라틴계 및 앵글로색슨의 유럽인과도 느낌이 다른)들이 인도사람과 비슷한 다수와 적지 않게 섞여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아리아인의 후예들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으며 그들의 종교가 조로아스터(니체의 자라투스트라) 교다.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은 힌두교의 베다, 기독교의 성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대부 국가로 수니파의 대부로 알려진 사우디와 이슬람의 양대산맥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의 오랜 제재로 힘이 많이 빠졌다. 참고로 나는 반미 친미의 정치적 색은 특별히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의 현대사를 볼 때 국제관계는 냉혹한 실리주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란사람 1
20년 전 1999년 경 런던에서 잠시 머물던 시절 우연히 기숙사로 히드로 공항에서 미니캡 택시를 타고 갔는데 기사가 이란인이었다. 나보다 10살 이상 많았던 인도인에 가까운 외모의 이란 사람과 거의 한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 이민온 1세대였으며 이민자라서 그런지 조금 경제적으로 유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의 해박한 동서양을 가르는 역사지식, 그리고 20세기 서구자본(유럽과 미국)이 중동의 석유산업의 투자 개발에 적극 개입하면서 대부분의 중동국가의 경제를 망가트린 것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란 사람들 생각보다 교육지식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사람 2
15년 전인 2003년 경 결혼초기에 살았던 서부이촌동의 아파트에 이란 대사관직원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히잡을 쓴 10대 후반의 소녀 3명 정도가 한국말로 말을 걸어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부모님은 대사관 쪽에 일한다고 했다. 밝은 느낌의 10대였고 두세 번 그들과 그들의 부모를 지나가면서 봤지만 전반적으로 당시 서부이촌동은 외국계 대사관 가족들이 살 만큼 부유한 동네는 아니라서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란 사람들 괜찮은 느낌이었다.
이란사람 3
2019년 스톡홀름에 와서 몇 번 택시를 탔는데 우연히 두 번 정도 이란사람이 기사였다. 나는 해외에서 이란 사람과 터키사람들을 만나면 과거 우리나라와의 관계로 인해 다른 중동사람들 보다 친근감이 들었고 이 두 국가 사람들도 다른 중동이나 유럽인들과는 달리 한국을 비교적 잘 알고 한국인에게 친근감을 어느 정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연일 수는 있으나 친근감과는 별도로 두 번의 이란 출신 기사들은 과거 대비 상황이 어려워 보였고(일부러 요금이 더 나오게 운전하는 느낌) 뭔가 서방세계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미국 중심에 유럽이 동참하여 오랜 기간 있어온 경제제재에 대한 반감과 그로 인한 이란인들의 취약한 경제상황이 이들을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
오랜 기간의 어려운 경제상황은 나름 괜찮았던 이란인들을 변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상황이 반추가 되었다. 우리는 강대국들에 휩싸여 있다. 경제력 세계 1위~3위인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거의 19세기까지 2천 년간 우리에게 속국처럼 지배력을 구사한 중국, 20세기 36년간 완전히 국가와 민족을 말살 수준까지 가혹하게 점령하고 유린한 일본, 일본의 패망 후 냉전시대의 이해관계로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온 미국. 아이러니하게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겠지만 미국의 영향아래서 우리는 가장 괜찮은 시절을 영유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영토가 인접한 중국은 미국보다 가혹하게 우리를 대했지만 국가나 민족을 없애려고는 하지 않았고, 일본은 아예 지구상에서 우리 민족을 없애려고 했다. 일본의 지배하에서는 잘해야 영국의 웨일스나 스코틀랜드처럼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미국은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확실히 더 이상 우리를 과거처럼 경제적으로 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볼 때 더 나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우리가 힘을 더 가질 때까지는 미국과 연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통일이 되고 국력이 더 올라야 비로소 균형외교가 적합해 보인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호르무즈 파병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 방위비 협상, 북한 이슈 등 난제가 많은 현시점에 미국의 요구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이란인들은 가혹하게 느낄지 모르나 다른 방식으로 이를 보상하여 더 먼 미래를 위해 이란과 적대국가가 되지는 않기를 기대한다.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해 보인다. 파병하되 전투병력이 아닌 병원 및 지원인력의 파병으로 추진하고 방위비 증액 압박은 지속성을 가지는 미군주둔비용이 아니라, 단순 1회 성 지원 금액으로 현재 미국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더 이 지역의 평화유지란 명목하에 지출하는 게 어떨까 한다.
이란의 역사가 쉽게 정리된 링크
https://n.news.naver.com/article/037/0000027283
- 2020.1.11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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