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야기/보이는 스웨덴 보이지 않는 스웨덴

[스웨덴] 보이는 스웨덴 보이지 않는 스웨덴을 쓰는 이유

종마(宗唛) 2021. 2. 27. 02:45

 

나는 가족과 함께 2019년 2월부터 스웨덴에서 거주하고 있다. 스웨덴에 온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스웨덴은 정치, 기초생활비 보장, 교육, 의료, 주거정책 등 복지시스템이 배울 것이 많은 약간 이상향에 가까운 국가라고 얘기해 주었다. 나도 20대 후반 회사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하던중 짧은 기간 이었지만 스웨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후 수년간 내가 영어이름으로 사용했던 ike는 당시 스웨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옆에 있던 선배가 농담삼아 스웨덴어로 nothing이라는 의미의 ikke라고 나를 부른 것에서 시작되었다.

어쨌든 현지에 정착하고 집을 구하고 시내구경을 다니고 처음 몇 달간은 그냥 그 자체가 재밌었고 이국적 느낌의 건축물 등 문명의 흔적들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길거리의 많은 교차로(라운드바웃)를 보며 스웨덴의 친환경, 안전 교통정책을 우리나라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작은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이사하다가 다친 손목이 낫질않아서 병원에 다니면서 초기에 가졌던 환상이 일정부분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손해보험회사에서 수년간 여러나라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연구했던 나로서는 이런 것이 단순히 개인차원의 의료경험이 아니라 건강보험, 병원, 의사, 진료비, 제약 및 의료기술 등 산업과 정책 측면에서 같이 들여다 보게되었다. 겉으로 무상에 가까운 의료정책을 펴는 스웨덴과 OECD 국가중 개인의 사적 의료비 부담률이 높다고 하는 우리나라와 비교시 단순 수치비교로는 우리나라가 안좋아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훨씬 더 우수하고 심지어 의료비도 높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되면서, 특히 때 마침 발생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의료체계를 보면서 스웨덴에 대한 세금, 주거, 복지,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가지 현상에 대해 무조건 좋게만 보던 시각에서 비판적 시각이 순간 강해졌다.

시간이 다시 지나면서 스웨덴의 좋은 점들이 다시 부각되었다. 즉, 스웨덴에 대한 나의 시각은 냉/온탕을 오가는 중이다. 스웨덴은 한국인으로 비교시 우리나라 대비 장/단점이 있다. 그냥 일반적론적으로 세상은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볼때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즉, 어떤 국가나 문화를 볼때도 전체적인 시스템안에서 볼 줄아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스웨덴식, 싱가포르식, 미국식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 나라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연구나 주장들은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의구심이 간다. 거기에는 통상 반대급부가 존재한다. 그런 이면을 균형감있게 보여 줄때 그리고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우리나라에 접목시키려고 할 때 진정으로 설득이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최악의 빈곤국가에서 OECD 선진국으로 반세기만에 진입한 국가이다. 지나친 효율성, 빨리빨리 문화, 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한 장점과 부작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하여 성장하고 살아온 내가 스웨덴식 사회구조,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스웨덴식 복지시스템을 우리에게 바로 도입하면 국민의 삶이 좋아질까? 그들의 삶의 방식이 부럽기는 하나 우리나라에 그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면 중장기적 사회적 측면에서는 잃는게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웨덴의 여유와 안정성도 좋지만 한국적 신속함, 편리함 및 발전된 SOC 인프라는 놓치고 싶지 않다. 확실히 스웨덴은 그런면에서 우리보다 뒤쳐져 있다. 동시에 이웃나라들과 관계도 좋고 위협도 근대이후 거의 없었던 중립국인 동시에 큰 규모의 EU의 체제안에서 생존해가는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의 소용돌이속에서 홀로 생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게는 효율성과 역동성이 절실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스웨덴은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얘기가 많은 나라이다. 특히 우리나라하고 비교하면 인구수, 라이프스타일, 국가적 환경과 역사, 자연과 인프라, 디자인과 건축, 그리고 복지를 포함한 사회시스템이 매우 다를 수 밖에 없다. 같은 잣대로 놓고 비교하기 어렵고 우리나라가 스웨덴의 시스템을 따라 하는 것도 맞지 않을 성 싶고, 스웨덴도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적용하는게 맞지 않을 성 싶다. 어쨌든 짧은 시간의 스웨덴 삶이지만 단순히 겉으로 피상적으로 보이는 스웨덴만이 아닌 보이지 않은 이면을 함께 보여주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 2020.0823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