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스웨덴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스웨덴이 신뢰의 나라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있었다. 스웨덴에는 수도인 스톡홀름에도 CCTV가 별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CCTV가 가득한 우리나라 만큼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시민들간에 신뢰도라는 것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스웨덴 사람들의 신뢰도 얘기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한 번 정리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냥 마트에서 겪은 이야기들로 빗대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스웨덴에 도착한 둘째날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식재료를 사러 임시거주 숙소 근처의 ICA라는 체인형 슈퍼마켓을 다녀왔다. 바게트빵, 살라미, 우유, 과일 등 몇 가지를 사고 집 근처의 괜찮은 카페를 아직 몰라서 급한 김에 인스턴트 커피도 한 통 샀다. 원두커피에 익숙해진 이후로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본지는 오래된 터라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어짜피 몇번 안먹을거라고 생각하고 8천원짜리 중간 가격대를 샀다(수십잔이 나오는 1통의 가격이 6천원 ~ 1만원대). 당연히 플라스틱 통으로 생각하고 휙 꺼내는 과정에 옆에있는 통이 같이 떨어지면서 깨졌다. 점원을 불러서 내가 실수로 깼으니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매니저도 아닌 그냥 단기 아르바이트 처럼 보이는 직원이었는데 실수로 깬 것은 그냥 가도 된다고 그자리에서 오케이 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우리나라 마트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봤다. 아마 우리나라 대형마트라도 결국은 코너 담당자는 아니더라도 매니저를 거치면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어쨌든 과정은 굉장히 번거로웠을 것 같다.
또 다른 COOP라는 유럽에도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체인형 마트는 셀프 계산대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의 마트/서점/대형 옷가게 등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계산안된 물건을 가지고 매장을 나갈 수 경보음으로 인식하는 장치도 없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냥 양심껏 계산하고 나가면 된다. 전에 분당에서 집근처의 00옷가게에서 계산을 했음에도 인식오류로 삐삐 거렸을때 집에서 수염도 안깎고 편하게 입고나온 나를보고 직원이 이상하게 바라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그냥 단편적인 사실로 침소봉대 할 수도 있으나 의도적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문제행위와 일상적 실수를 분류해서 일상생활에 녹아든 차이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상대적인 저 신뢰 사회인 것은 조금 느껴진다. 살면서 늘 실수한게 없었나 신경을 쓰곤했다. 일단 얼핏 보기에 스웨덴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수는 신경쓰지 않는만큼 심적인 여유가 있는 것 같고 그게 배려와 관용의 시스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PS) 자세히 보니 여기도 입구에 최근에는 무단반출 경보기가 거의 생겼습니다. 그래도 혹시 사람들이 소리나도 당황하지 않는 편이고 신뢰사회인 것은 분명히 느껴집니다.
- 2019.0221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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