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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신드롬 vs 리마 신드롬

종마(宗唛) 2021. 3. 17. 02:05

스톡홀름에 오고 당분간 살집으로 이사도 마친 2019년 4월말 시내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가져 온 여행책자로 2~3일 다녔으나 기초지식이 너무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흥이나지 않았다. 유럽여행을 올때면 간혹 애용했던 유로자전거나라의 투어프로그램도 없고, 마이리얼트립은 있으나 한국어 가이드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가이드는 20대후반 ~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터키계 이민자였고, 현재 경영학 대학원 과정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가끔씩 파트타임 잡으로 하는 가이드지만 당연히 취업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고, 얼마 안되는 수입이지만 스웨덴은 수입이 적다고 세금을 안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약 30%정도의 세금을 낸다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소득세 면제구간이 높은 것 하고는 차이를 느꼈다. 

3시간 정도하는 걷기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11명 이었는데 대부분 단기여행을 하는 미국인이었다. 스톡홀름 거주 2년차 러시아인,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미국인 조카와 삼촌, 70대 미국인 나홀로 할머니, 30대 미국인 나홀로 여성, 커플 그리고 3인 가족이 투어에 참여하였다. 우리나라 투어 가이드처럼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만 하니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가이드 근처에 바싹 붙어서 다녀야 그나마 조금씩 들렸다. 역시 현지 가이드의 전반적 환경 설명이 곁들여지니 혼자 다닐때 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었다. 그 전에는 잘 안보이던 그레타 가르보의 흔적들, 숨어있는 공간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포인트를 다녔지만 그동안 다녔던 일상적인 도심 가이드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날 시내여행의 전환점을 느끼게 한 부분은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증후군)' 이야기 였다. 실제 장소를 가보지는 않고 멀리서 가리키며 짧게 관련 얘기를 해주었는데, 오래전 보았던 소피마르소 주연의 007영화(언리미티드)에서도 모티브로 삼았던 것이 기억나며 흥미가 갑자기 올랐다. 가이드는 짧게 스톡홀름 신드롬에 반대상황인 '리마 신드롬**(인질범이 인질에게 감화되는 증후군)' 이야기도 새로웠다. 여행을 비교적 자주 다니다 보니 유적지나 가시적 볼거리 중심의 여행도 재밌지만 요즘은 이런 에피소드가 훨씬 흥미롭다.

* 1973년 8월 23일 ~28일까지 약 6일간 벌어졌던 스톡홀름의 노르말름(북쪽지역) 지역에 위치한 신용 은행(Kreditbanken)을 강도들이 점거하고 은행 직원 및 내방객들을 인질로 잡았던 사건인데, 인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범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6일 동안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났을 때에는 인질범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범죄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뉴스 방송 중에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특히 인질범을 옹호했던 여성 인질은 본인이 우울증 등 약간의 정서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마 신드롬은 1996년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위치한 일본 대사관에서 인질범이 오히려 인질에게 감화되어 빠른 시간내에 인질을 풀어준 사건으로 스톡홀름 신드롬의 반대상황으로 인해 유명해졌다)

 

인질극이 있는 반대편 건물의 경찰과 기자들

 

그날 이후 스톡홀름 신드롬 장소에 직접 가보고 싶어서 검색을 해 보았고, 이웃에게 물어보았으나 오래전 사건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별관심도 없고 장소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나라도 오래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모든 사람들이 상세한 내용이나 장소를 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사진을 발견하고 사진을 확대하여 주위 건물명칭으로 장소를 찾아내고 직접 장소를 방문해 보았다.

 

Norrmalmstorg(노르말름 광장)에 보이는 스톡홀름 신드롬 장소(photo by jongma)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주소(photo by jongma) 

 

이제는 당시 기록 등 장소보존 이런 것도 없고 생각보다 현지에서는 더 이상 그다지 유명한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는 아닌것 같았다. 입구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자에게 물어보니 장소는 맞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어보나 기록 등을 현장에 전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본인은 자세한 얘기는 모르고 현재 그 장소에서 영업 중인 '아크네 스튜디오' 매장에 들어가서 물어보면 자세한 얘기를 해 줄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내용은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매장에 들어가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스톡홀름을 방문했다가 궁금한 사람은 구글지도에서 위의 주소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크네 스튜디오 매장( photo by jongma)

 

우리에게 유명한 스톡홀름신드롬은 스톡홀름 현지에서는 거의 회자되지 않는 이야기이니 아이러니 할 뿐이다. 주로 한국인 등 아시아 인들만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도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를 접하는 것은 그냥 멋스런 건물만 보는 것 보다 훨씬 여행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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