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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유튜브가 이상하다

종마(宗唛) 2024. 10. 24. 08:42

- 유튜브가 이상하다 -

나는 50대 초반이다. 실물경제에서 25년 정도 일하고 가족상황으로 퇴직했다. 기업규모면에서는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에서 일했다. 업종면에서는 전자, 경영컨설팅, 이동통신, 패션과 보험회사에서 근무했다. 커리어 관리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지금은 퇴직 2~3년 전부터 마음속에 담고 있던 분야에 관해 책도쓰며, 작더라도 경제활동을 재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젊은 시절에는 집안분위기에 대한 반항감이었는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변화의 요구였는지는 모르지만 혁신과 진보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 안정지향으로 성향이 변했고 나를 보는 주변의 평은 두 가지로 나뉜다. 60대 중반 이상은 나를 진보로 보고 40대 초반이하는 보수로 본다. 나 스스로는 스스로 진영이나 이념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다짐하고 중도가 아닌 중용적 입장에서 사회, 정치를 바라보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외롭다. 한쪽을 택하면 편하겠지 안 그렇게 잘 안된다. 충분했는지 모르지만 나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내가 사회정치적 논지가 있는 글을 쓸 때는 글을 읽는 사람이 글에 대한 판단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6개월간 아마 나만큼 많은 유튜브를 본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큐, 경제, 군사, 뉴스, 개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시청했다. 나름 놀랐다. 정말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식견에 탄복했다. 특히 얼굴 없이 목소리만 나오는 채널들은 젊은 목소리인데도 가끔은 어떻게 그들이 그런 분석과 식견을 가지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약간 이상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작년 한일분쟁이 시작되면서 정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소위 '한국최고, 소위 국뽕'의 내용을 제공하는 일종의 현 정부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채널과 반대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채널(현 정부비판. 소위 꼴통)을 많이 보게 되었다.

먼저 국뽕채널을 채널의 특징을 보면 일단 한국이 최고라고 느끼게 만들고 반일감정이 생긴다. 채널명은 '00 왕', '000 튜브', '000 경제'로 끝나는 채널이 많다. 가끔은 '00 TV'로 표시되는 채널도 있다. 주로 방송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30대 정도로 들리는 듣기 좋은 남성의 목소리로 설명한다. 이상하게도 업로드 시간이 다르고 가끔씩 주제를 섞기는 하는데 굉장히 유사한 내용, 근거와 분석을 제시한다. 솔직히 어떤 전문조직에서 채널과 성우만 달리하여 방송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니면 서로 베끼거나... 하지만 들으면 기분도 좋고 스토리 전개가 나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다.

두 번째 꼴통채널을 보면 거의 대부분 '000TV'가 많다. 그런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얼굴과 본명인지는 몰라도 이름을 밝히고 방송한다. 가끔은 은퇴한 정치인이나 언론인도 등장한다. 내용을 보면 대부분 억지스럽거나 근거 없어 보이는 주장이 많고 스토리 전개가 상대적으로 엉성하다. 듣다가 중간에 채널을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짜 그 개인이 방송하는 채널 같기는 하다.

국뽕 방송을 보고 나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나도 요즘 일본이 싫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편향적이고 능력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비교적 최근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만난 일본인들 여전히 똑똑했다. 그리고 불과 2018년에 출장 갔을 때도 우리들에게 적대적으로 느낀 것은 별로 없었다. 아베정권 내내 최소한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그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에 지금 그렇다면 한일분쟁 이후에 그렇게 변한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의 유럽이 코로나로 상당히 무기력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유럽에 출장이나 여행 오면 그들 그렇게 무기력하거나 자유방임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응은 잘하는 것 같다. 진짜 그런 몇 가지 분야 때문에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만하는 감정이 들면 다스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반대로 꼴통채널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너무 무력해 보이고 무조건 친미 해야 하고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하는 느낌이 드는데 우리가 진짜 그렇게 무력한가? 그리고 미일이 우리를 도왔다면 그들의 이익에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는 그런 영향을 받았고 돌이켜보니 유튜브의 정치 사회 채널 좀 이상하다. 보더라도 이성적인 냉정을 유지하며 받아들여야겠다.

- 2020.0323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