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이방인을 대하는 자세

종마(宗唛) 2025. 2. 15. 17:18

거의 10여년전 독일 뭔헨을 여행한 적이 있다. 우리 부부가 아이와 함께 앉아있던 대형 펍에서 갑자기 다른 테이블에 혼자온 취객이 다가와서 다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왔냐는 단순한 질문이어서 그런 의도를 가진지 몰랐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고 나서 다음 대화부터 살짝 느낌이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손으로 눈을 찢어 올리는 대표적인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쳐를 하며 독일인인 그나 한국인인 우리가 영어로 대화하는게 어설프긴 했지만 비아냥 거리는 톤으로 '한국인은 그냥 일만하고 돈만 번다고 하는데 맞냐'는 식의 질문을 계속하였다. 대형 테이블 인지라 우리 앞에 있던 독일은 부부가 고맙게도 지체없이 적극 개입하여 그에게 뭐라고 하였고 그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얼마전 영국 런던에서 지나가며 본 일인데 지하철 역사에서 이방인으로 보이는 듯한 영어가 어누룩한 사람에게 백인 노인 여성이 계속 시비를 걸었는데 금방 옆에 있던 사람들이 개입해서 말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곧 어디선가 역무원이 와서 상황을 종료 시켰다. 런던의 역사에는 늘 역무원이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크린도어가 없고 워낙 많은 인종이나 글로벌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니 사건 사고가 많아서 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제 고향으로 가려고 청량리역에 왔다. 식사를 못해 역사안의 오뎅집에서 하나 먹고 나온 순간 대기 의자가 많은 곳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70대 전후로 보이는 나이든 한국 여자분이 앉아있던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인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내가 독일에서 겪었던 인종차별보다 강도가 강하게 지속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내가 직접 지켜 본 것도 5분이 지나고 있으니 그전 부터 있었을 터이니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옆에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역무원이 와서 개입할 만한 순간으로 보였는데 역무원을 역사 전체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떤 상황인지 몰라 그냥 지켜봤는데 곧 이는 일방적 시비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옆에서서 일부러 쳐다 봤다. 그러면 그 여성분이 신경쓰여서 가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랑곳 없이 계속 되었다. 옆에 앉아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이 상황을 계속 보고 있었을 텐대 심지어 쳐다 보지도 않는다. 대화 가운데 그가 어설픈 한국어로 네팔 사람이라고 하였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여성분을 말리고 그 사람을 다른 곳으로 안내하려고 자리를 이동시켰다.  곧이어 뒷따라와서  여성분이 계속 시비를 걸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러니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본인이 확인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상황이 종결되고 마지막에 여성이 분이 악수를 건네고 역사 대기 공간으로 사라졌다. 2~3분 그 사람을 대화로 안정시키고 나도 곧 기차탑승 시간이 되어 탑승구로 이동했다.

고향 집에 와서 동생하고 이야기했다. 동생의 의견은 그 사람이 백인이었으면 괴롭히는 사람이나 심지어 주변인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을까 였다. 즉 약자같은 사람에게 보이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일수 있다는 생각이다. 30년 가까 다양한 이유로 해외를 오갔던 나는 인종차별 경험이 몇 번 있었다. 특히 26~7년전 런던에서 대학원 다니던 시절에는 지하철 역사의 티케팅 부스에서 역무원이 일부러 안들리는 척 하며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도 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영국이나 기타 유럽은 상당히 상황이 변했다. 겉으로 보이는 인종차별은 상당히 사라졌고, 그런 일이 벌어져도 그들의 대응방식이 많이 개선되었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침소 봉대 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짧은 순간이 이니고 수많은 사람이 꽤 긴시간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순간적 사고로 가벼이 넘길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인종차별이 특히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하는 경우가 강도나 빈도도 예전 우리가 서구에서 당하던 것보다 적지 않다는 뉴스다큐를 본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2025.2.15 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