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의 단상(stray thought)/종마의 단상

[단상] 비운다는 것

종마(宗唛) 2024. 11. 2. 16:00

'비운다는 것'


여전히 빈 시간이 감당이 안되고 있다.
그래도 큰 굴곡과 고생 없이 살아와서, 또 그동안 준비한 노력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은 운이 좋다고 생각된다.
아직은 새로운 지식을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경제활동을 하는 것도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비어있는 순간이 감당이 안되어서 억지로 채우려는 욕심이 많아서 인듯하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다시 머리로 강하게 다가온다. 아직 마음까지는 못 온 듯하다.
비었다는 것은 즉 채워진 것이며, 채워졌다는 것은 즉 비워진 것이다.

이전에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일상 중에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명상, 무아지경에 빠진 달리기나 수영, 등산, 때로는 흠뻑 빠진 독서, 여행, 작업도 이렇다고 얘기했다. 아직은 내가 비웠다고 하는 것은 그런 순간에 가깝다.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지식, 돈, 명예욕을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비운다는 것은 비었다는 것도 아니고 채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게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방법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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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28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