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2007년쯤 일것 같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있었던일이다. 그날은 이미 중남미에서 12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탄 후 몇시간 못쉬고 환승하던 터라 피곤이 겹쳐서, 그동안 쌓여있던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하였다. 마일리지를 사용해서라도 몆 번 비즈니스 클래스에 타면 뭔가 경제적 신분이 상승한 느낌이 살짝든 적이 있다.
그날 내 옆자리에는 티벳인으로 보이는(나는 상당기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사람들을 우리보다 낮게보는 듯한 천민 자본주의적인 시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음에도 티벳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10살쯤 많아보이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주 단촐한 좀 심하게 얘기하면 다소 남루하게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으나 뭔지 모를 묘한 안정적이기도 하고 수행자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티벳인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국내로 돌아오는 12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책을 펼쳤다 접었다는 물론 영화를 켰다껐다를 불안하게 반복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나의 옆에 앉은 50대 정도로 보이는 티벳인이 약 12시간 동안 준 고요한 느낌은(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티벳인은 수행자가 아닐까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번역서인 '티벳사자의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 종마 18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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