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Nice guys finish first)'라는 문장이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하다 진부한 도적적 조언으로 들리는지 아니면 진짜로 그렇게 과학적이나 경험적으로 느끼는지 아니면 그냥 그런 세상이 살기좋은 세상이라 그렇게 믿고 싶는지...
이기적 유전자의 12장은 읽고나서 개인적으로 약간의 전율이 흐르게 하는 챕터였다. 그래서 별도로 정리한다. 책의 10장 혹은 11장 까지가 생물학적 동물세계(인간 포함)의 자연선택에 의한 유전자의 이기적 관점에 대해 많은 부분이 집중되어 있었다면 여기서 부터는 문명사회의 메커니즘 특히 우리들이 어쩌면 매일매일 접하고 판단해야하는 상대방과의 거래에 대해 기술하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는 부모자식 혹은 죽마고우 처럼 절대적인 특이한 관계들이 있다. 그것을 제외한 모든 관계는 그 무엇으로 포장해도 주고 받는 거래가 관계의 내면에 잠재해 있다. 설사 완벽한 기부나 자선처럼 선한 행동으로 보여도 최소한 그것으로 인해 밖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적 보람이라도 있을것이고 최소한 기부한 사람은 먼발치에서 그 결과를 바라보며 행복하지 않을까 유추해본다. 사실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기에 절대적인 관계로 보이는 부모자식 관계도 들여다 보면 약간은 거래가 숨어있다.
12장의 대부분은 우리가 개념적으로나마 익숙한 '죄수의 딜레마'로 대변되는 게임이론에 대해서 깊숙히 다루고 있다. 책의 6~10장까지 동물세계를 다루며 다양한 생존전략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는 상대방에게 퍼주기만 하는 '호구전략', 상대방을 벗겨먹기만하는 '배신자 전략', 베풀었다가 한 번 배신당하고 마지막까지 배신과 복수만하는 '원한자 전략', 베품과 보복을 반복하며 진화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보복자 전략'등 다양한 동물집단을 연구한 생물학자들의 이론이 기술되어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즉 끝까지 생물학적 존재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전략은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으로 자연계에서 관찰되고 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뭔가 세상이 삭막해 보인다. 12장에서는 그런 전략을 좀더 현실적으로 정밀화 하면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놀랄만한 인사이트를 던져 준다.
책에서는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을 좀더 세밀화 해서 다루는데 요약하면 그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첫번째는 순 TFT(Tit for Tat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전략인데 최초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상대개체 혹은 집단이 배신자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베푼 호의가 배신으로 되돌아오면 그도 보복을 통해 배신이 결코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 전략을 구사하는 개체나 집단은 끝까지 보복을 유지하여 서로 멸절상태를 맞이하는 '원한자 전략'과는 달리 보복을 1회에 한하고 상대에게 배신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전략을 반복한다.
두번째는 TFTT 인데 호구는 아니지만 호의를 베푼후 배신을 당해도 보복을 같은 비율로 하지않고 베품을 더 많이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세번째는 역 TFT전략인데 이는 주로 배신자 유전자를 가진 개체나 집단이 최초로는 배신을하고 그 결과 상대방이 보복을 하면 다시 호의를 베푸는 전략이다.
네번째는 극단적 배신자 전략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배신만하는 전략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생물학적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ESS(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전략)는 첫번째인 순 TFT와 배신자 전략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아나톨 라포포트'교수는 이 전략들에 대한 실제 점수를 부여하여 어떤전략이 우세한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개발한다. 이를 미국의 정치학자 엑설로드는 실제 실험자들을 참여시켜 이를 현실에서 적용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차 15개 그룹을 통해 증명했는데 참가자들은 이론과 모델을 학습 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전략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이상하리 만큼 동물세계처럼 네가지의 전략을 다양하게 선택했다.
1차 실험의 15개 다른 전략그룹이 만들어 졌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결과는 순 TFT 전략을 구사한 그룹이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즉 최초로 호의를 베풀되 반복적으로 배신당하지 않는 그룹이 최고의 전략인것이다. 특이하게도 토너먼트의 중간단계는 TFTT나 배신자 전략이 우세한 적도 있었는데 최종단계에서는 순 TFT가 승리했다. 그 후 좀더 현실적이고 많은 테스트를 위해 2차실험을 시간을두고 했는데 2차 실험에서는 63개의 다양한 전략이 제시되었고 이를 그룹으로 만들어 이번에는 리그형태로 진행했는데 그 결과 역시 순TFT 전략그룹이 모두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를 엑설로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종 생존 전략으로 살아남는가를 확인했는데 모든 전략은 2백세대가 넘기전에 멸절했고 진화적으로 안정한 배신자 전략도 2백세대가 넘어가면서 점차 없어지며 1천세대가 넘어가는 시점에 생존한 전략은 순TFT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실험을 통해 소수의 순TFT전략 그룹과 다수의 배신자전략 그룹을 경쟁에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순TFT가 살아남게 되었다.
이번장을 마치면서 전율감이 느껴졌다. 많은사람들이 거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서 더 가져갈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12장에서 도킨스는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단 조건이 있다. 끝이나 횟수가 정해져 있거나 참가자들이 이를 인지할 경우는 배신자 전략이 득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상황일까 우리는 끝을 인지하는 게임 인생을 살고 있어서 배신자 전략을 구사하는게 맞을까 혹은 몇십년 안되는 짧은 인생이지만 불확실성의 인생을 살고 있어서 순TFT전략을 구사하는게 맞을까? 우리가 접하는 세상은 이보다 좀더 복잡하고 미묘할것고 1회성 거래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상황도 많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순TFT 전략을 앞으로 구사해보기로 했다. 이 전략이 풍부해질때 좀더 세상이 살만해 지지 않을까 한다.먼저 호의를 베풀되 반복적으로 당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호의가 낯선곳에서 위험해 보이는 누군가 제공하는 음료수가 독인지 약인지 모르면서도 마시는 순진한 호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2020.1126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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