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여러 무형의 창조물 중 가장 거대하고 대표적인 것은 현실종교와 국가라는 체계 혹은 시스템이다. 21세기에는 그 바톤을 기업에게 물려주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현실종교나 국가는 점점 더 문명을 담아내기가 버거워짐을 느끼고 있는 반면에 기업은 더 한층 다양화되고 또 혁신화 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근원종교는 필자도 아직은 잘 모르는 영역이라 이와 분리하여 세속화된 현실종교라고 표현하였다.
기업의 형태만 보아도 1인기업, 벤처, 합동법인, 협동조합, 합작기업(조인트벤처), 주식회사, 대기업, 글로벌기업 등 기업의 탄생, 생존, 진화하는 모습을 보면 살아있는 생물학적 생명체보다도 더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에 관해 최근에 나온 싱가폴 국립대학 신장섭 교수의 '기업이란 무엇인가'는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다. 그 동안의 신문기사를 보았을때 그는 분명히 친 기업론자이다. 일부는 그런 그의 글을 보고 대기업과 대주주 옹호론자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책 을 통해 좀더 그의 연구가 진화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법인 실체론을 주장한다. 즉 기업은 더이상 대주주의 소유물도 아니며, 그렇다고 사회의 소유물도 아니다. 법인으로서 그 자체가 살아있는 개인처럼 생존, 발전 그리고 언제가는 사망할지 모른다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현재 학자와 정책 담당자, 금융인뿐만 아니라 기업인들까지 사로잡고 있는 주주가치론이나 이해관계자론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이해관계로 기업을 재단하고 법인의 실체를 부인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라는 문장이 책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이를 풀어서 주주가치론은 주주가 실체이고 기업은 주주 이익을 반영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한계, 이해관계자론은 사회와 기업의 경계를 마음대로 허무는데 이슈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8대 기업명제와 가상기업인 (주)내사랑이를 구상하여 현실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느낌으로 책을 구성한 것은 단순히 이론에 그친 학자가 아닌 현실경영에 가까운 컨텐츠를 정리한 것 같아서 저자의 탁월함이 엿보인다. 요즘 글로벌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우리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너무나 지나친 사회적 관심, 기대감 및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있지않나라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들고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기업을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규명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과 위안이 된다.
- 2021.0220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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