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책에 빠지면서 많은 책을 샀다. 나는 내가 산책의 30프로 정도를 실제 읽는것 같다. 대략 한달에 2~3권정도를 읽으니 1년에 70~80권 정도는 구매하는 것 같고 한 4년이상 이래왔으니 최근에 몇년간 구매한 책만해도 3~4백 권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집 구석구석에 책으로 가득하고 제대로 책장에 꽂아두지 않으니(책장을 더 사기에는 애매하다) 정리가 안된 난잡함이 살짝 불쾌감을 줄때도 있다.
기존에 산 책부터 다 읽고 새책을 사라는 집사람의 기분좋은 잔소리에 책을 맘대로 못사는 감정적인 움추림도 있지만 정말 다시 들춰보니 아직 읽지않은 흥미로운 책이 가득하다. 몇 번은 꼭 읽고싶은 책이 있어 ebook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대여한 책은 집중이 잘 안되거나 마무리를 못하고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윤광준의 '마이웨이'를 ebook으로 잠깐 몇 챕터 읽고 있는데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 있다. 오프라인 책이라면 몇 구절은 줄을 그어넣고 일부러 집사람이나 아이도 우연히라도 들쳐볼 수 있는 곳에 두어서 보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올라왔다.
어릴 적 가끔 아버지께서 책 읽으시는 모습을 잠깐 씩 본 기억이있다. 글을 쓰시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평소에는 집에서 글을 쓰시는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뭔가 급전이 필요하셨는지 내가 초6~중2 사이쯤 이었던 것 같은데 꽤 여러날을 역사관련 글을 쓰시고는 그 당시 돈으로 20만원 정도 받으셨다는 얘기를 어머니께 얼핏 들은 것 같다. 아버지는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사람이나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작가들만 쓴다고 생각했던 글을 직접 쓰시다니(물론 시대가 변해 느낌상으로는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나도 거의 매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재밌기도 하다.
윤광준은 강원도 원주출신의 사진작가이다. 10여년 전 패션회사에 다니던 시절 감각있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생활명품'이라는 책을 소개해줬다. 저자가 윤광준이었다. 그 당시는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다. 몇년 뒤에 꼭 이책의 컨셉을 베껴서 늘린 것 같은 브랜드B라는 잡지가 마케터들 사이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어쨌는 별 기억이 없었다.
살다보니 나도 비싼 명품은 꼭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손에익고 익숙해져서 20년이 넘게 쓰는 물건들이 몇 가지가 생겼다. 25년째 쓰고있는 대학 후배가 선물해준 가죽필통, 군대에서 쓰다가 가지고온 30년 가까이된 세븐 손톱깎이, 동생이 유럽여행길에 사다준 스위스 Army 나이프, 10년째 쓰고 있는 누보 커피드리퍼 등.
어느날 문득 책꽂이에서 생활명품이란 책이 눈에 다시 띄었다. 재미있게 한참을 읽었다. 감각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쓴 책을 검색하다 마이웨이가 눈에 띄었다. 강원도 사람이라는 것에도 동질감을 느꼈을까 제목은 유치하고 내용도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적은 글인데 폐부를 관통하는 인사이트가 있다. 안 그래도 사진을 좀 찍고 싶은 욕망이 수년째 멤돌고만 있는데 그가 쓴 사진찍기에 관한 책도 시도해볼 생각도 들었다.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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