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 보이지 않는 유럽/보이는 & 보이지 않는 스웨덴

[스웨덴] 성당묘지에서 사진 찍는 것은 괜찮을까?

종마(宗唛) 2021. 4. 10. 21:03

유령이 등장하는 유럽의 전통적인 공포영화는 공동묘지가 배경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악마의 기운이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 인지는 몰라도 유럽은 유난히 오래된 성당묘지가 많다. 현재 운영되는 성당 근처에 묘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오래전에 유적으로만 남아있는 성당주변에도 여전히 묘지를 많이 볼 수 있다. 성당과 어우러진 묘지는 마치 오래된 문화유적처럼 보이기도 하고 매장과 비석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동질감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살짝 감정적 애착도 있다.

 

스웨덴 시그투나 13세기초 성당묘지(사진 by jongma)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오래된 성당과 묘지는 하나의 문화유적 처럼 잘 어우러져 있어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할만 하다. 가까이 가서 보면 수 백년된 비석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무덤과 비석도 보인다. 필자도 유럽에서 살면서 여행하면서 무수히 그런 곳을 방문했고 사진을 찍었다. 유명한 음악가나 예술가들이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는 국내외 여행안내 책자에도 많이 소개되며 실제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충분히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다.

 

알베르카뮈와 베토벤의 무덤과 비석(사진 by jongma)

 

성당묘지말고도 지자체 단위에서 조성된 공원묘지들도 볼만하다. 봉분을 많이 만들어서 천편일률적으로 만든 우리나라의 공원묘지들과는 달리 작은 집처럼 만들어진 가족묘원도 있고, 경제적 형편에따라 크고 작은 비석이 세워지고 혹은 위치도 자리를 잡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공원묘지들도 때로는 관광장소 처럼 느껴져서 필자는 그런 곳을 방문할 때면 사진을 찍은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심지어 내가 돌아가신 사람들을 모셔놓은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도 못하고 관광지 처럼 떠들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마져 든다. 

 

스톡홀름 공원묘지(사진 by jongma)

 

어느날 현지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집에서 선산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필자는 유럽의 성당묘지가 보기도 좋고 관리도 잘되어서 좋다고 했다. 갑자기 아이가 필자한테 아빠도 성당묘지에서 가능하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학교에서 유럽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한번 이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특히 아시안들이 성당묘지를 관광지처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데 유럽 사람들은 무덤과 비석이 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영혼에 대한 일종의 모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늘 서구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서 영혼이나 정신면에서는 동양이 훨씬 우수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종교적으로도 이원론이 발전한 서구가 오히려 동양보다 영혼을 더 중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에 다시 성당묘지들을 방문하면서 보니 주로 동양인들은 사진을 많이 찍지만 서구인들은 여행객이라도 생각보다 성당이나 공원묘지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기는 어려웠다. 카톨릭이 지배적인 유럽을 생각할때 유럽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혹시라도 유럽 혹은 기타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성당묘지이던 공원묘지이던 그곳을 방문을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별히 관광장소 처럼 조성된 곳이 아니라면 혹시 찍더라도 최소한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을때 조용히 찍거나 찍더라도 무슨 관광지처럼 소음과 웃음을 내는 것은 주의하는게 어떨까 한다. 필자도 그럴 예정이다.

 

- 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