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인테리어, 조명, 가구, 생활용품 및 침구 등의 디자인에 뛰어난 나라로 유명하다. 한번쯤 스톡홀름을 방문해 보면 다소의 과장을 더해 상업지역에서는 한집 건너 어떤 종류이건 인테리어 용품샵이 있을 정도이다. 수입브랜드도 많고 스웨덴 고유의 브랜드도 많다. 고급 브랜드의 경우 가격대도 신제품 접시 하나에 수십 만원대에서 저렴한 것도 몇 만원 수준이다. 물론 대중적인 종합 가정제품 매장인 이케아(Ikea)나 미오(MIO) 가면 얼핏 비슷해 보이는 제품을 상당히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릇류도 이케아에서 몇 번 사보게 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 한번 쯤은 고급스런 도자기나 주방제품들에 손길이 가게된다. 그리고 자꾸 보게되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같은 그릇은 단지 먹는 식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분명히 디자인과 품질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게된다. 고급 브랜드인 로열코펜하겐 이나 중고급 브랜드인 로스트랜드 제품들도 연말에는 할인 행사가 있기에 그때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경우도 많고, 평상시에 매장에 다니면서 점찍어 놓은 제품이 온라인에서 할인 행사가 있을때 구매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가격은 비싼편이다.
멋들어진 브랜드나 디자인 샵이 아니더라도 스톡홀름 시내를 다니다 보니 골동품이나 중고제품 가게를 거의 200~300백 미터 단위로 계속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품질도 조악하거나 엉성해 보이는 제품들이 많아서 처음 이곳에 와서는 몇번 구경하고는 구매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스웨덴에 와서 거주한지도 1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디자인이 멋스런 홈데코 제품들에 눈이가기 시작한다. 집사람과 함께 몇가지 홈데코 제품을 신제품으로 일부 구색을 갖추긴 했는데 가격이 부담이 된다. 주말에 좀더 저렴한 옵션을 찾아보자고 하여 본격적으로 중고샵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중고제품 매장들이 있었는데 특히 'Stockholm Stadsmission*'이라고 하는 중고제품 매장은 제품의 구색도 의류, 음반, 도서, 홈웨어 제품 등 작은 백화점을 방불게 할만큼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중고제품들을 스웨덴의 물가를 고려하면 거의 무료에 가깝게 구매 할 수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중고제품 매장이 무수히 많다.
* Stockholm Stadsmission(Stockholm City Mission)은 사실 중고제품 매장이라기 보다는 교육, 기부까지 운영하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다. 중고제품 매장의 운영도 경제적으로 힘든 사회적 약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한다는 취지이다. 이 기업을 포함한 스웨덴의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로 한번 다룰 예정이다.
아래의 매장 내부의 사진들과 가격들을 보면 다양한 상품구색, 품질, 그리고 가격에서 놀라게 된다. 필자도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그릇 제품을 개당 3~4천원에 꽤 구입하였다. 음반(LP, CD)등도 6천원, 청바지나 의류도 멀쩡한 것들이 8천원 내외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집에서 디시웨어나 홈데코 제품의 구색을 갖추는 방법 중 하나는 핵심 기본 제품들은 정상제품을 구매하고 기본 뼈대를 갖춘 상황에서 여러가지 중고제품으로 전체 구색을 맞추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 전체의 홈웨어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당근마켓과 비슷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사이트(blocket.com)도 거래가 활발하고 심지어 중고로 매매하기 어려운 제품같은 경우 무료로 가져가게 하는 사이트도 있다. Stadsmission과 같은 사회적 기업에서는 안쓰는 물건들을 기부로 받기도 한다. 안쓰는 물건을 그냥 버리기보다는 재활용 가치사슬 내에서 비교적 철저하게 재활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는 대부분 직거래이며 필자도 안쓰는 물건들이나 오래된 물건을 교체할때 판매해본 경험이 있다.
* Blocket은 단순히 중고제품 거래만이 아니라 다양한 구직, 주거공간 렌트 및 비즈니스 연결까지 제공하는 종합사이트이나 메인 기능은 중고제품 거래이다.
단, 유의할 점은 이러한 사이트에서 소파나 자동차 등 비교적 고가의 제품이 거래될 때에는 인터넷 해커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통 매도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인접국가에서 paypal 등으로 예치금을 입금하고 매도자에게 배송을 요청하고 도착 후 물건 확인 후 입금을 완료하겠다고 접근한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중고차량이나 소파 등을 보지도 않고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자금세탁의 경유지로 활용한다고 하며 보낸제품을 반품하는 경우는 비싼 배송료를 매도자가 직접 지불하고 다시 환송해 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스웨덴의 중고제품 시장이 활성화 된 이유는(특히 사회적 기업들에 의해서 활성화 된 곳이 많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저렴하게 생활용품을 제공한다는 취지와, 안쓰는 물건들을 그냥 폐기하기 보다는 여러 단계의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 사회를 도모하는 목적이 숨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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