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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그레타 가르보의 흔적

종마(宗唛) 2021. 4. 23. 17:20

 

그레타가르보(출처.위키피디아)

어릴적 부모님들은 항상 잠자리에 일찍들게 종용하셨는데, 단 하루 아버지께서 늦잠을 자도 허용해 주신 날이 있었다. 일요일 밤에 하는 일요영화 시간이었다. 사실 허용해 주시기 보다는 본인이 보시다보니 옆에서 같이 보는 나를 뭐라고 못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야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의 인프라와 현대화가 앞서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1980년대 이전만해도 우리나라와 영화에서 보는 선진국의 도시문물의 차이는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었다. 당시 어린나이의 나도 선진 도시문명에 대한 갈망은 있었나 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기전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장면으로 대리만족을 하였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매주 일요일밤 아버지와 일요영화를 보니 아버지께서 다양한 배경설명과 함께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어디서 그런 정보를 접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이후 고등학교때 영화잡지에서 보던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에게 들은 지식으로 나도 덩달에 배우들에 대한 지식이 높아져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한테 배우들 이름을 언급하며 잘난척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리지만 아름다운 여성 배우들에게 이끌렸는지, 아직도 당시에 아버지께서 많이 언급하셨던 몇몇 배우의 이름이 기억난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오드리햅번은 예외로 하고 나탈리우드, 소피아로렌, 잉그리드버그만 그리고 그레타가르보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 마지막 두명의 여배우가 스웨덴 출신이다. 
 
그레타가르보(1905년 ~1990년)는 당시의 주연여배우들과 비교하면 사실 결이 조금 다른 미인이다. 통상의 주연 여배우들이 예쁜것이 기본이 깔려있다면 그레타가르보는 오히려 독특한 도시적 내형미인의 분위기가 더 매력적이리고 봐야한다. 그리고 스웨덴 여배우지만 오히려 스웨덴에서는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고 미국에서 활동을 많이한 배우이다.  대표작으로는 'The Love', 'Mata Hari'등 무수한 고전이 있다.

그레타가르보 관련해서는 꼭 한 군데 가볼 곳이 있다. Gretas라는 이름의 카페인데 노벨상 수상식을 하는 콘서트하우스 앞쪽에 있는 Haymarket이라고 하는 건물 내부에 있다. 해당 건물에는 고급 호텔, 카페와 식당이 입주해 있는데 건물의 이름은 Haymarket이다. 처음에는 바로 앞에 벼룩시장이 있어서 벼룩시장으로 생각했는데 벼룩시장은 flea market이다. 누군가 Haymarket의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 준 것 같기도 한데 미국의 시카고에서 19세기 말에 시카고의 Haymarket에서 노동자 궐기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스톡홀름의 Haymarket 건물의 앞 광장에서도 그런 다양한 독립운동 및 궐기대회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들었던 확실치 않은 기억이 있다.
 

Hay Market 그리고 카페 Gretas의 외부.jongma

 
Haymarket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1층의 전면에 그레타가르보의 영상을 비디오아트로 틀어놓고 있고 왼쪽에 카페 Gretas가 있고 오른편에는 호텔이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으면 오른쪽 호텔쪽으로 가면 화장실로 내려가는 공간이 있다. 벨보이가 서있어서 꼭 투숙객만 이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냥 들어가면 된다. 더구나 유료가 많은 스웨덴의 화장실에서 무료이다.
 
카페 Gretas는 부드러운 디자인이나 색감의 스웨덴 보다는 오히려 뉴욕의 화려한 디저트카페같은 느낌이 강하다. 디저트류와 식사도 가능하다. 가격은 분위기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느낌이 있다. 커피나 간단한 디저트류가 6~7천원 이하의 가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카페 Gretas.jongma

스톡홀름은 서유럽의 수도나 서울하고 비교해도 작은 규모의 도시이다. 인구 백만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스톡홀름을 여행하시는 분들께는 반드시 걷기 여행을 추천한다. 걸으면서 보아야 곳곳에 숨어있는 스톡홀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톡홀름에 오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거리가 스트랜드바겐(Strandvägan)이다. 바다가 호수처럼 내륙으로 들어와있어 바다와 접해있는 이 거리는 각종 박물관, 미술관, 카페, 오페라하우스, 스벤스크텐, 노벨상 수상 가족에게 제공된다는 그랜드호텔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노벨박물관, 아바박물관 및 감라스탄같은 겉으로 보이는 관광지 말고 그레타가르보의 흔적이나 스톡홀름신드롬의 장소 등을 방문하면서 과거의 스토리와 컨텐츠를 느껴보는게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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