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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건축이야기2 - 테라스에서 시작해서 테라스에서 끝난다

종마(宗唛) 2021. 4. 22. 04:03

'테라스에서 시작해서 테라스에서 끝난다'라고 할 만큼 스웨덴의 집들은 테라스 자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유럽국가의 집들은 테라스가 많은 편인데도, 유럽의 여러나라를 다녀보고 비교해봐도 스웨덴 사람들의 테라스에 대한 사랑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이들에게 도심의 편리한 주택과 한적한 외곽의 테라스 있는집을 선택하라면 아마 경제성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테라스 있는 집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테라스가 만들기 어려운 도심의 공동주택의 경우 공유테라스를 만들거나 안되면 건물외곽에 최소한 테라스같은 디자인이라도 하는 상황이다.

*테라스는 라틴어의 땅(Terra)에서 유래한 말로 높은 주택이나 건물에서 야외로 돌출된 공간을 말한다. 비슷한 공간으로는 발코니와 베란다가 있다. 기본적으로 답답한 실내에서 직접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왼쪽(도심 1백년전 소규모 주택의 테라스), 가운데(시골 저택의 테라스), 오른쪽(도심 신규 주택의 테라스).jongma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도심의 서민형 주택에서 시골의 대 저택까지 모두 테라스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처럼 보인다. 주말 오전 늦잠 후 테라스에서 햇빛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은 분위기 탓인지 몰라도 일품일 수 밖에 없다. 도심을 살짝 벗어난 서울로 보면 일산, 분당이나 판교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곳들을 걷다 보면 테라스에서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생각보다 스톡홀름은 도심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기도하고 혹은 바빠서 인지 몰라도 도시 중심부 내의 집들은 테라스가 있어서도 사람들이 나와 있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어렵다. 젊은 사람들 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노년층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테라스가 많은 이유는 첫번째는 일조량 때문으로 추측한다. 스톡홀름과 서울을 비교시 스톡홀름이 연간 일조량이 6백시간이나 더 적다고 나와 있다.  5~9월 정도만 제외하면 거의 7~8개월을 일몰에서 일출까지 겨우 6시간 정도의 짧은 일조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그나마 태양이 구름에 가리지 않고 실제로 보이는 시간은 하루에 평균 1~2시간도 안될 정도로 흐리고, 춥고 어두운 긴 동절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듯 하기도 하다.

 

추운 날씨에도 야외 테이블에서 즐기는 사람들.jongma


카페도 해가 조금이라도 비치면 추운 날씨라도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유럽에 와서 보면 느끼겠지만 좁은 국토에서 자연을 거의 접할 수 없는 도시에 모여사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조금이라도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 도심의 주택이라도 야외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테라스를 만들지 않았나 필자는 추측해 본다.

 

테라스의 형태도 다양하다 주로 높은 건물의 상층부에 위치하는 고급주택에서는 펜트하우스나 혹은 그에 준하는 집들의 경우 테라스의 규모도 넓고, 특히 스톡홀름 도시의 지붕들을 볼 수 있는 뷰는 일품이다. 스톡홀름을 모티브로 나온 다양한 그림, 사진이나 가정용품의 디자인에서 이런 뷰에서 본 모습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고급주택의 테라스(출처. 1.The corner house, 2&3.jongma)

 

도심이던 외곽이던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도 주거공간은 테라스가 가득하다. 실제로 테라스에 나와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테라스는 필수 사항이다. 필자도 살집을 계약하기 위해 다녀보면 심지어 같은 건물에서도 면적은 비슷하더라도 테라스가 그럴듯한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많게는 20% 가까이 월세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았다.

 

아파트형 주택의 테라스들.jongma

 

경우에 따라서는 건축법상이나 구조상 테라스를 설치할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건축디자인적으로 디자인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걸 보면 스웨덴 사람들에게 테라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건축디자인상 테라스를 흉내낸 주택들.jongma

 

필자가 어릴적 살았던 강원도 춘천의 16평의 공무원 아파트에도 베란다가 있었고, 바로 옆에 지어진 작은 규모의 주공 아파트들도 당시에는 시멘트로 대충 만들어 놓은 형태지만 오히려 베란다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분당이나 용인 등의 외곽으로 가면 테라스형 아파트나 빌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도심의 신축 아파트들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대형건설사 중심의 시공 아파트에서 디벨로퍼라고 하는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스웨덴을 방문하면 한번 쯤은 멋진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저절로 들게 될 것이다.' 

 

-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