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20대 여성이 지하철 매장 앞에서 전단지 한 뭉치를 들고 서있다. 얼굴에는 지쳤거나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하루 종일 거부를 많이 당했는지 이제는 사람들에게 잘 다가 가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일단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면 좀더 구체적인 영업으로 이어진다
점심시간때 식당 근처의 이미 힘들어보이는 노인들이(주로 여성들) 음식점 전단지를 정신없이 나누어 주신다. 때로는 막무가내로 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가끔 안받고 지나가면 꼭 동료중 한 사람은 나도 전에 전단지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진짜 힘들고 장당 10~20원 겨우 받는데 좀 받아주라고 얘기한다. 조금만 지나면 길거리나 쓰레기통에 수북이 그 전단지가 버려져 있다.
다양한 매장이 많은 강남역 거리를 걷거나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 근처를 지나가면 언제 동의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위치기반 마케팅문자나 전자 전단지가 스마트폰으로 날라온다.
우연히 받은 전단지의 식당 이름이 떠올라 점심 시간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또 한번 갈 생각이다. 바빠서 거의 1년 가까이 그 식당있는 골목으로 지나가지 않았다. 우연히 저녁에 지나갔는데 아직도 근처에서 아르바이트 인력들이 그 가게의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회사앞에 새로이 들어온 국밥집, 규모도 크고 새로운 매장이라 한번 가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맛이 없다. 손님도 별로없다. 길목이라 잘보인다 생각했는지 전단지도 안돌린다. 결국 1년을 못버티고 가게 이름이 바뀌었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주말신문 지난주에 피부과 전단지가 있었는데 패키지가 괜찮아 보였다. 집 사람이 얼굴이 늙어보인다고 잔소리가 늘어 피부과에 한번 가볼 생각이었다. 이번주에 한번더 그 피부과 전단지가 신문에 끼여서 오면 연락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 뒤로는 오지않는다. 피부과는 이내 머리속에서 잊혀졌다.
잘 만들어지고 전달력이 높은 전단지는 의외로 효과가 있다. 전단지 하나에도 여러 사람의 생계, 식당의 흥망, 개인정보 노출 및 쓰레기 양산의 환경문제까지 연결되어있다.
- 2018.1221.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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