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거리를 거닐다 보면 자주 거리에서 지하나 반지하 쯤으로 보이는 창을 발견하게 된다. 궁금해서 들여다 보았더니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창고 같이 보이는 경우도 많았지만 대다수는 오히려 세련된 사무실이나 예술가들의 작업실 같은 느낌이 많다. 지하 혹은 반지하 하면 영화 기생충에서 나오듯이 뭔가 안좋은 환경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보면 지상층 보다는 일조량이나 환기 등에서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물론 보인다. 그리고 우기에 거리에 물난리라도 나면 잠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처음에는 들었다. 그러나, 3년동안 살아본 스톡홀름은 생각보다 강우량이 많지도 않고 건조한 편이다. 그리고 폭우로 물난리를 볼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는 편이다. 물길이 잘 빠지게 설계해 놓은 거리 인프라도 보이기는 한다.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지하 공간의 사무실들은 상당히 세련되었다. 깊이도 그냥 반지하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깊게 수미터씩 아래에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실제로 들어가 볼 기회는 없어서 겉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는 반사형태로 유리가 설계되어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직접 들여다 보면 제법 잘 보인다.
필자가 직접찍은 사진을 보면 희미하지만 회사의 로고라든가 이런 것들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외부로 노출된 부분의 막음새 공사가 꼼꼼해서 물이 넘쳐도 내부로 스며들지는 않을 것 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도 지하나 반지하에 주거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동시에 지하나 반지하는 환기나, 일조량 및 소음 등의 이유로 약간 터부시 되는 공간이고 안좋은 이미지도 있어 해당 부동산의 가격도 낮고, 월세도 저렴한 동시에 관리가 잘 안되어서 문제가 되는 것을 자주 언론을 통해서 보거나 직접 살아봐도 확인 할 수 있다.
필자도 반지하에서 살아본 경험이 두번정도 있다. 처음 직장에 입사한 1990년대 말 비교적 언덕에 있는 아파트의 지하실을 개조한 반지하에서 2년 넘게 살았는데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반지하가 가지는 일반적인 단점들은 있어도 물이 넘치거나 이런 사태는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창살을 뜯고 새로산 노트북을 훔쳐간 기억은 아직도 마음 아픈 추억이다.
또 한번은 스웨덴에 거주하며 2020년 잠시 국내에 들어갔을때 서울에서 빌라형 건물의 반지하에서 2개월 정도 거주했었는데 가격이 저렴한 대신 벌레도 조금 나오고 환기가 안되는 느낌이 있었다. 당시 개인적 생각으로는 조금만 개조를 하고 관리만 잘하면 훨씬 좋은 느낌이 공간으로 탈 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지하라는 선입견이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생각의 발상을 막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 든다.
순진한 생각일지 몰라도 기존의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발상의 전환만 하면 스톡홀름처럼 지하 공간도 충분히 새로이 재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피상적으로 보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면들을 조금 해결한다면 비용적으로 저렴하게 좋은 공간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 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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