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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골프는 사치스러운 운동일까?

종마(宗唛) 2021. 5. 26. 04:25
스웨덴 1위(유럽 13위)에 선정된 브로호프 골프코스 전경(출처.Bro Hof 홈페이지)


1998년 US여자 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투혼으로 우승했던 장면은 골프를 치는 사람이던 안치는 사람이든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때 이후 LPGA는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십수년간 골프여제의 위치를 지켰던 스웨덴 여자골퍼 '애니카 소렌스탐'도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애니카 소렌스탐은 LPGA 역사상 우승횟수 2위인 박세리 보다도 우승 횟수가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전설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40대 중반이 넘어서야 골프를 시작했다. 핑계일지는 몰라도 직장인들은 시간도 부족하기도 하고 실제 필드에 나가기에는 비용도 상당히 부담이 된다. 필자도 막상 골프를 해봤다고 했지만 연습장도 거의 안갔고 1년에 필드를 많이 나가야 겨우 몇 번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 수 년째 거의 초보 수준을 맴돌기만 한다. 물론 주변에 짧은 시간 내에 간혹 싱글이나 80대를 치는 사람들을 보기는 한다.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골프에 대한 개인적 재미와 집중력의 차이지 비용은 혹시 몰라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이다. 하지만 평균 게임당 30만원(그린, 캐디와 카트비 포함)을 넘어서는 한국에서의 골프비용은 확실히 부담이 된다.

북미, 유럽, 호주 및 동남아에서 조금이라도 체류해본 한국 사람들이라면 다른 것은 한국이 좋아도 골프에 관해서 만큼은 라운딩 환경이나 비용면에서 좋지않은 상황임을 알 것이다. 스웨덴도 북구라서 추운 날씨만 빼면 골프 치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으로 느껴진다. 날씨때문에 4월~10월까지가 통상 골프장들이 오픈하는 기간인데, 오히려 한여름에는 25도 전후의 날씨가 후덥지근한 한국보다 골프를 치기에 더 쾌적하기도 하다. 남쪽 지역으로 가면 연중내내 라운딩을 하는 코스들도 꽤 있다고 한다.

필자가 여러나라에서 골프를 쳐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래의 몇가지 사유로 볼때 스웨덴에서 골프는 절대 사치스런 운동이 아니고 어찌보면 누구나 칠 수 있는 골프의 천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기에 이는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임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다.

첫번째는 충분하고 넘치는 골프장의 숫자이다.
두번째는 골프장의 코스 quality이다.(대부분 호수를 끼고 있고, 필드관리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세번째는 골프 라운딩에 드는 비용이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비, 식사비용)
네번째는 운동으로 삼기에 좋은 환경이다.(대부분 카트를 타지않고 걸어다닌다)
다섯번째는 골프의 문화이다. 이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장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격식을 차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환경이 좋다. 한국의 골퍼들은 격식을 너무 따지고 패션도 요란하다.

1. 골프장의 숫자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18년을 기준으로 집계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세계 각국의 골프장 현황에 따르면 전세계 골프장 수는 3만 2,471개, 코스 수로는 3만 8,864개다. 한국은 코스 수 798개(골프장 수 440개)로 8위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스웨덴(코스 수 662개, 골프장 수 471개), 스코틀랜드(코스 수 614개, 골프장 수 568개)가 9,10위에 자리했다. 물론 절대적인 숫자는 한국보다 적지만 인구가 한국의 20% 밖에 되지 않으므로 상대적인 골프코스의 수는 거의 4배 이상이니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수로는 전세계에서 매우 뒷편에 위치할 터인대 골프장수는 전세계 9위 수준이니 분명이 골프 코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 출처: 포춘코리아


아래 지도상에 보면 오른쪽 상단의 스톡홀름, 왼쪽의 예테보리 그리고 남쪽의 말뫼 근처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 주변과 바닷가와 호수 근처에 골프장이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다.

스웨덴 골프장 위치들(출처: top100golfcourses.com)


2. 골프 코스의 품질관리

동시에 단순히 골프장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추운 북유럽임에도 Top 50 European Golf course에 스웨덴의 골프장이 4개나 포함될 정도로 골프장의 quality가 좋은 편이다. 아래는 스웨덴에서 가장 좋다고 알려진 1, 2위 골프코스 이다.

스웨덴의 top 골프코스(출처: top100golfcourses.com)

필자가 한국에서 한국에서 골프를 쳤을때는 좋은 골프장에는 거의 못가보고 대부분 퍼블릭 골프장에 가 보았지만 코스 전반적으로 산악지형에 울퉁불퉁하고 그린도 잔디가 별로 없거나 디봇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고, 주변과도 잘 어우러지지 않는 코스들이 꽤 있었다. 반면 스웨덴의 골프장들은 큰 언덕이나 경사가 별로 없고, 대부분 평지가 호수와 잘 어우러져 있고, 코스설계도 재미있게 되었있다. 그리고 퍼블릭 골프장들도 대부분 코스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있고, 스윙후 디봇이 나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잔디를 집어다 그자리에 놓고 간다.

3. 골프 라운딩 비용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한국에는 1회 라운딩 비용이 퍼블릭을 가도 인당 30만원(그린피 20만원, 카트비 2만원 캐디피 3만원, 식사/음료 3~4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스웨덴은 연간 110만원(8천~9천 크로나) 수준의 멤버십만 구매하면 20개 정도의 골프코스를 연중내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실제 라운딩에 드는 비용은 비싸도 1~2만원이 전부이다. 캐디도 없고, 카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개인용 트롤리나 무료로 대여해 주는 1인용 트롤리로 카트를 대신한다. 필자가 구매한 골프스타 비용은 연간 8천크로나(약 110만원)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골프스타(Golf Star) 연간 멤버십 비용(출처golfstar.se)

카트대신 사용하는 무료 트롤리.jongma


그리고 점심은 집에서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커피로 9번홀을 마친 후 중간에 있는 그냥 야외테이블에서 10분 정도 간단히 먹는다. 클럽하우스에서 사먹어도 브로호프 코스 정도가 아니면 통상 1.5~2만원 정도에 괜찮은 점심을 사먹을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정식 식사가 아니라 커피와 샌드위치로 간단히 하면 1만원 이내에 해결할 수 있다. 6개월 정도의 기간에 주 1회를 간다고 해도 25회 정도는 되니 그린피는 약 4~5만원으로 보면 결국 1회 라운딩 피는 5만원 전후라서 한국의 6분의 1 수준으로 보면 된다. 주 2회를 가면 라운딩마다 3만원 정도이니 한국의 10분1 수준까지 비용이 내려간다

야외 테이블에서의 샌드위치 식사(왼쪽), 클럽하우스 식당(오른쪽).jongma


4. 건강을 위해 운동이 되는 골프

한번은 70대 분들이랑 골프를 쳤는데 최소한 주 2~3회 정도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오신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으로 운동을 대신한다고 한다. 18홀을 돌고나면 평균 1만6천보 정도를 걷게된다. 그리고 아무리 스웨덴 골프장이 평지라고 해도 무거운 골프백을 올려놓은 트롤리를 가지고 작은 언덕들을 오르내리면서 근육운동도 조금은 되는 편이다.

트롤리를 밀면서 라운딩 하는 사람들.jongma

5. 편안한 골프문화

한국의 골프장에 가면 가끔은 패션쇼를 하러 온 사람들인지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인지 혼동될 정도로 골프 복장들이 화려하고 비싸보이기도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냥 편안한 스포츠 복은 같은 골프 복장을 입고 오는 편이다. 낡은 등산복 바지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냥 겨울용 아우터 같기도 하다. 물론 비지니스를 위한 라운딩이나 접대를 해야 하는 경우는 제대로된 고급스런 복장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친선경기를 할때도 천편일률적으로 패션을 신경써야 했다.

그리고 한국은 골프를 치려면 무조건 4명을 맞추어야 한다. 맟추지 못하면 3명이 치더라도 4명의 비용을 내야한다. 동시에 모르는 사람들 하고 부킹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서로 하더라도 어색한 경우가 많은 편이다. 스웨덴의 경우 혼자서 라운딩을 돌아도 되고, 부킹 어플에 들어가서 나와 있는 핸디를 보고 4명 미만으로 부킹된 시간에 그냥 치고 들어가서 예약 후 같이 치는 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다. 골프장에 도착해서 스코어카드를 발급 받으면 그들의 이름과 핸디가 자세히 나와 있는 점도 특이하다.

편안한 복장(왼쪽)과 부킹문화(오른쪽, 부킹/스코어 카드).jongma

한국에서 골프를 처음 배울때 골프는 GDP 3만불때 가장 활성화되는 스포츠라고 배웠다. 3만불이 넘어가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으로 대세가 넘어간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의 GDP가 3만불 시대로 접어든 몇년전 부터 골프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가서 골퍼들의 국내수요 확대로 국내 골프장은 연일 매진과 동시에 가격도 카트나 캐디피를 포함하면 라운드당 최소 3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동시에 유투브가 대세인 요즘 골프채널은 레슨 채널에서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라운딩 채널까지 재미있는 컨텐츠가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비싼 골프 비용은 현재 소득이 괜찮은 중산층마저 주저하게 만든다.

스웨덴에서 골프는 절대 사치스런 스포츠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한국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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